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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와 재물과 재앙은 이웃이다

등록일 2016-07-28 02:01 게재일 2016-07-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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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 전 검사장은 푸른 죄수복을 입었고, 진경준 전 검사장은 구치소에 있고, 검사장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가 민정수석으로 고속승진한 우병우 수석의 운명도 위태롭다. 교과서 외우는 재주가 좋고 점수 따는 기술이 탁월해서 20대에 사법고시에 붙고 연수원 성적도 뛰어나서 권력의 맛을 잘 봤던 `인재`들이다.

남 부러울 것 없고 남의 부러움만 받았던 인물들이 지금 왜 그렇게 됐을까. `과욕을 자제하지 못한 인격적 결함` 탓이다.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돈의 유혹이 따라오고, 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재앙의 문턱`을 넘어선다.

우 수석은 비서관 시절인 2014년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423억원을 신고해 행정부 고위공직자 중 1위였고, 진 전 검사장은 올 3월 재산등록때 156억원을 신고해 검찰과 법원 등 전체 법조계 1위였다. 그런데 재산 형성과정이 문제였다. 검찰 쪽에서는 “아무 문제 없었다”며 덮으려 했지만 언론이 가만 있지 않았다. 넥슨을 상대로 한 뇌물 수수와 부동산 거래 의혹 등이 불거졌고, 진 전 검사장은 끝까지 `말뒤집기`를 하다가 특별검찰관의 조사에서 진상이 드러나자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졌다.

검사장들은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냈고, 게중에는 고위층도 많았다. 우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 검사는 피의자들과 끝없는 `머리싸움`을 한다. 그러는 사이에 `피의자들의 수법`을 은연 중 배우게 될 것이다. 감옥을 자주 들락거리는 피의자들은 `법을 피하는 명수`들이라 신출내기 검사들은 이들의 농간에 잘 넘어간다. 피의자들의 거짓말을 제대로 판별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세월 시달려야 한다. “선량한 시민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사회정의의 최후 보루”가 될 때까지 검사들은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

법조인들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 전사(戰士)로만 남는다면 정의의 표상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겠지만 `권력의 맛`에 탐닉하고 “중이 고기맛을 알면 법당의 빈대가 남지 않는” 지경이 되면 돈이 보인다.

“정치자금을 모아야겠다”는 야망을 품게 되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운이 좋아 승승장구하는 법조인들도 많지만, 검사장 출신 몇몇은 그렇지 못했다. 권력의 핵심에서 너무 과욕을 부린 탓이다.

우 수석의 전임인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1월 국회 운영위가 자신의 출석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자진 사퇴했었다.

지금 여야 3당은 `우병우 청문회`를 생각하고 있다. 여당도 “출석이냐, 자진 사퇴냐”를 묻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대통령에 부담주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라 했다. 언론의 공세는 계속 이어진다. 대통령의 `신뢰 인사 관행`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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