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백안시당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해당조항을 바꿔버린 것은 웃음거리다. 정부원안은 부정청탁 예외를 `선출직 공직자ㆍ정당ㆍ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법령ㆍ조례ㆍ규칙 등의 제정ㆍ개정ㆍ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로만 제한했으나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삼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없도록 슬며시 바꿔버렸다.
김영란법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통째로 빼버린 것 또한 조롱거리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법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이 조항은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고 고위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산하기관 특채를 금지하는 것 등이 골자다. 보좌진 가족채용 같은 갑질로 그렇게 모진 욕을 먹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습이다.
온 국민은 최근 정운호 게이트로 드러난 대형법조비리 사건과 진경준 검사장 비리의혹 사건을 통해 법조계와 기업유착의 민낯을 보고 분노하고 있다. 의료·제약·의료기업계의 고질적 유착도 이젠 차단해야 한다. 금융계·중소 거래업체와 대기업·하청업체의 부조리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언론이나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같은 논리라면 제외할 사유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김영란법이 가져올 파장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목적대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도려내고 맑고 청렴한 사회를 구축하는 도구가 될지, 권력자들의 칼로 악용되면서 극도의 불신사회를 만들어 국민경제까지 나락으로 끌고 들어갈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깨끗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명제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결코 불합리한 예외가 있어서 안 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