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방지법` 시행일이 2개월 정도 남았다. 졸속으로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맹점도 많고 불합리한 부분도 많아서 개선의 여지를 많이 남기고 있다. 이 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많이 맑아지기는 하겠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하고, 특히 농축수산업계는 FTA로 궁지에 몰려 있는데 이 법때문에 파산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공직부패 방지`라는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조항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농어촌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경조사비, 음식물, 선물 등의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하고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 또 시행령에는 농축수산물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했다. `정황상` 맞는 의견이지만, `형평성` 문제에 걸릴 우려도 있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돼 있는 기준을 6만원, 10만원, 20만원으로 하면 줄도산 위기만은 면할 것이다.
농축수산업계뿐 아니라 포항지역 대기업들도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된다. 언론사를 상대로 진행해 오던 해외공장 취재도 이제 불법이 될 수 있고, 심지어 국내의 타 지역 현지공장 취재도 전처럼 할 수 없게 된다. `언론사 동반 취재 여행`은 기업홍보를 위해 필요하고 항공료나 교통편, 식사 등이 제공되는데 이것도 김영란법에 걸리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이나 기자들과의 식사자리도 이제 마음 편히 가질 수 없게 됐고, 골프접대도 예전처럼 할 수 없다.
많은 문제를 안고 출범하는 김영란법인데,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국회의원이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부정청탁`에 걸리지 않는 `예외조항`에 있어서 당초 정부안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조례·규칙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로 돼 있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기에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포함시켜버렸다.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공익목적`이라는 말의 개념이 모호하고 `고충민원`이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입법로비`나 청탁의 길을 열어 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이 법 원안을 그대로 둘 것인가?” 언론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었는데, 역시 의원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법을 통과시켰다.
또 국회의원들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빼버렸다. 공직자가 4촌 이내의 친족과 관련된 직무를 맡지 못하게 하고 고위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산하 기관 특채를 금지하는 조항인데, 이를 뺏다는 것은 “계속 친인척들을 국회의원실에 채용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이래놓고 `국회 특권 내려놓기` 운운하니 과연 얼굴이 두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