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대표팀은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에 와서 훈련했다. 베트남에는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전자표적이 없기 때문이다. 호앙 선수는 그동안 한국말도 배워서 “감독님 감사합니다”인사하고 “그저께 한국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었는데 그 힘으로 금메달을 딴 모양”이라 했다. 월남전 당시에는 한국이 `적국`이었으나 지금은 `금메달을 안겨준 은혜로운 나라`가 됐다. 스포츠 수출은 단순히 체육인의 보급이 아니라 국위(國威)의 선양이고 `친한파`를 만드는 길이다.
베트남은 더운 나라여서 국민들의 성격이 느긋하다. 땅은 넓고 식량은 풍부하니 악착같이 살아보자는 적극성이 없다. 당연히 스포츠에서도 `악바리 근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박충건 감독이 제일 애를 먹은 것이 이 느긋한 성격을 다부진 성격으로 고쳐놓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그 느긋한 성격이 일조를 했다. 브라질 관중들의 `소음방해`가 있을 것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쏘라는 감독의 지시대로 그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이다. 결국 호앙 선수는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받고, 박 감독은 `사격의 히딩크`로 영웅이 되었다.
남자 양궁 결선에서 만난 미국 대표팀 감독은 이기석(50) 감독이다. 2006년 미국팀을 맡은 이 감독은 미국 양궁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단체에서 한국을 꺾고 은메달을 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호주팀을 맡아 남자 개인에서 금메달을 일궈내기도 했다. 대만, 멕시코, 스페인, 말레이시아, 이란, 일본 양궁 대표팀 등에서 한국인 감독이 활약하고 있다. 박영숙 감독은 말라위 양궁을 키웠다. 달걀판과 폐지로 과녁을 만들어 사용하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한국의 도움을 받아 `리우행`을 성공시켰다. 권미숙 감독은 필리핀 탁구팀을 사상 처음 올림픽에 참가시켰고, 사격의 김선일 감독은 대만 대표팀을, 태권도의 최용석 감독은 캄보디아팀을 이끌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활약하는 우리 지도자들을 위해 한국은 더 많은 지원을 보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