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는 `계파청산`을 제1성으로 부르짖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비박을 포함한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서 “국민의 힘으로 한국 정치를 바꾸겠다. 당원의 힘으로 새누리당을 반드시 바꿀 것”이라며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개혁을 이제부터 해 보게 될 것이다. 죽어야 한다는 각오로 낡은 정치를 함께 쇄신해나가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비례대표로 초선을 지낸 이 대표는 불모지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로 두 번이나 당선을 일궈낸 걸물이다. 그는 선거 때마다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스타일인 그는 빼어난 친화력과 걸쭉한 입담을 소유하고 있다. 매사에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그는 과장된 제스처로 상대방을 삽시간에 무장 해제시키는 재주가 있다. 다소 촌스럽지만 담뿍한 `진정성`이 최대의 강점이다.
이 대표가 호남출신이라는 특성과 자신의 개인적 강점을 백분 살려 개혁의 대로를 닦아나간다면 새누리당이 민심을 얻는 데는 금상첨화일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당 대표로 만들어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근본특성은 새누리당의 앞날을 벅차게 할 여지가 있는 야릇한 족쇄이기도 하다. 그동안 상상을 초월하던 친박의 눈꼴 신 갑질행태 때문에 `계파는 없다`는 그의 선언은 아직 울림이 크지 않다.
국민들로부터 `새누리당이 정말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 `패거리 정치 청산`과 `서민정치의 확대`다. `지난 4·13총선에서 보여준 `진박` 소동의 추태를 국민들은 한 장면도 잊지 않았다. 친박이 다시 당권을 거머쥐었다고 지난 일들을 묻으려고만 든다면 민심은 끝내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이번 기회에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확실히 바꿔내야 한다.
`죽어야 한다는 각오`라는 이정현 대표의 말을 믿고 싶다. `친박` 주류세력이 먼저 지난 과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계파청산`의 의지를 입증해주길 바란다. 이와 함께 민생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국민들이 원하는 따뜻한 정치를 일궈내야 한다. 상대적 빈곤과 구조적 차별 속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다독거리는 새로운 보수정치가 필요하다. 새누리당의 혁명적 변화를 대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