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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냉방 환경 하루빨리 개선해야

등록일 2016-08-12 02:01 게재일 2016-0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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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전기세 누진세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경북지역 경로당들이 냉방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노인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도내 경로당 총 7천819곳 중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6천853곳(87.6%)으로 나머지 966곳의 어르신들은 부채와 선풍기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어컨이 설치된 경로당도 에어컨을 마음대로 작동시킬 수 없는 형편이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유별난 8월 폭염 속에 섬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1일 낮 최고기온은 대구 36도·구미 36도·안동 36도 등을 기록했다.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지난 1994년 서울의 폭염도 8월에는 누그러져 올해보단 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는 지난 7월 22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대체로 30도를 넘어 무더위가 지속돼 오다가 8월에는 기온이 더욱 솟구쳐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로당은 고려시대의 사랑방에서 유래한다. 사랑방은 일제강점기의 토지개혁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자취를 감추는 듯했으나 1970년대 들어 도시구획정리사업이 본격화되고, 1997년 개정 주택개발법이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급증해 2013년 현재 전국에는 경로당이 6만 2천442개소가 있다.

경로당들은 한 달에 5만원꼴 밖에 책정돼 있지 않은 지원액 때문에 에어컨 가동을 여유롭게 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특히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으로 아무리 더워도 행여나 요금폭탄을 맞을까 걱정하는 어르신들이 냉방시설을 쉽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의 경우 분기별로 경로당에 27만5천원씩의 경로당 운영비를 지급하고 있다. 한여름인 7~8월에는 냉방비 보조차원에서 10만원을 추가로 준다. 여름 두 달 간 한 달에 5만원씩의 냉방비로 무더위를 버텨야 하는 셈이다. 올해처럼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거나 장기간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 쥐꼬리만 한 지원금으로는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더운 날씨는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올해 들어(8월 1일 기준) 폭염 때문에 목숨을 잃은 국민이 10명으로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지난 2011~2015년 5년간 더위로 목숨을 잃은 47명 중 60%가 70세 이상 노인이었다. 경로당은 쇠락해가는 농어촌 지역 노인들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시설로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사회적 공간이다.

경로효친(敬老孝親)사상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정신적 유산이다. 편안한 일상을 영위해야 할 노인들이 찜통 경로당에 모여 앉아서 부채질에 의존해 살인적인 폭염을 견디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폭염 고통 속에 방치된 어르신들을 보살피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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