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중앙상가 내 장외경륜장 유치를 둘러싼 지역 내 찬반 갈등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행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전국적으로 카지노·경마장·경륜장·경정장 등의 유치를 놓고 찬반갈등이 끊이지 않아왔다. 매번 세수증대와 경제 활성화에 필요하다는 주장과 도박풍토 조성으로 지역사회를 망칠 것이라는 우려가 부딪치고 있는 양상이다.
포항 중앙상가 내 장외경륜장 개설 논란은 지난 5월말 창원경륜공단이 포항시에 의견 요청서를 제출한 이후 석 달째다. 포항 중앙동발전추진위원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중앙상가 경륜공단 유치위원회`는 16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956개 점포 중 238개 점포가 문을 닫는 등 도심 공동화로 심각한 중앙동의 생존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장외경륜장 반대 기독교대책위 소속 19개 단체도 성명서를 통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장외경륜장 설치를 원천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특히 폐철도 부지를 이용해 대단위 주택단지가 인근에 추진되고 있으므로 장외 경륜장이 설치될 곳이 아니라는 반대 이유를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행산업은 지난 1947년 올림픽 참가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복권발행이 기원이다. 1994년 경마와 경륜, 2001년 스포츠토토, 2002년 경정·로또, 2003년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등이 비슷한 시기에 몰리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2004년 부산경마장, 2005년 부산경륜장과 2006년 창원경륜장 및 장외매장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면서 확대돼왔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4년 발간한 `2013 사행산업백서`는 도박 산업이 `우울증·직장에서의 생산성 저하·범죄증가·가정 파괴·중독자 양산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주변 산업의 고용감소와 성장잠재력 약화·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전 국민 기준 도박중독유병율(CPGI)은 2014년 5.4%로 영국(1.4%, 2012년), 호주(4.3%, 2011년) 등 외국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 자료도 있다.
장기불황과 공동화 현상으로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는 상가 주민들이 오죽하면 장외경륜장 유치까지 주장할까 헤아려보면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1년여 가까이 사업의 타당성, 청소년에 미치는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고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그들의 주장이 참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설이 일단 가동됐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 지는 그 누구도 쉽게 장담할 일이 아니다.
오는 30일께로 예정된 공청회를 바탕으로, 포항시가 슬기로운 결정을 도출하기를 바란다. 사행시설 유치는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넘침이 없는 중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