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위원은 `스포츠 외교관`이다. 현재 98명의 IOC위원이 활동중인데 그 중 15명이 선수위원이다. 98명의 권한과 임무는 다 같다. 총회에서 결정하는 각종 사안에 투표권을 행사하고 동·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정하고, 올림픽 종목을 결정하고 회원국을 방문할 때 IOC 파견 대사(大使) 대우를 받고,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또 IOC총회 참석 시 회의 개최 국가로부터 전용 승용차와 안내요원을 배정받는다. 또 위원들이 투숙하는 호텔과 자동차에는 그 나라의 국기가 게양된다. 이것은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임과 동시에 국가의 위신을 높이는 일이다.
선수위원에 뽑히려면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것도 도와주는 이 없는 외로운 고행이다. 출마자들은 공약 등이 적힌 유인물을 나눠줄 수 없고, 미디어를 통해 홍보를 할 수도 없다. 다만 SNS를 통해 한 표를 호소하고 참가 선수들을 일일이 만나 “내가 누구이며, 이번에 선수위원에 출마했으니 한 표 부탁한다”며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밖에 없다.
줄곧 `발품`을 파는 선거운동이다. 유승민은 2004년의 금메달리스트이니 12년이 지난 지금의 후배 선수들이 그를 기억할 리 없다. 그러니 구구히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 거듭거듭 만나야 한다.
유승민에게는 장점이 하나 있었다. 영어가 된다는 점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많으니 절대 유리하고 불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은 간단한 인사말과 자기소개말 정도만 익히면 된다. 유 위원은 그런 준비를 충실히 잘 했으며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만났다.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는 속담도 있지만, 선거에서는 `인지도`가 최상이다. 그러나 선거란 역시 힘들다. 유 위원은 “올림픽 결승전보다 이번 유세가 더 어려웠다”고 했다.
선수위원에 당선되면 바로 “식당을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받는데, 그 점이 매우 기쁘다고 당선소감을 말했지만 한국 출신의 `유일한 선수위원`인 그는 명실공히 `한국의 스포츠 외교관`이다. 영광인 동시에 책무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