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선수들이 한때는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국제대회에 함께 입장했고 연합팀을 구성해서 `같은 편`이 돼 경기를 펼쳤으며 미녀응원단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좌파정권의 `막 퍼주기 효과`였다. 덕분에 DJ는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현금지급기·빨대효과`가 줄어들고 인도적 지원만 남게 되자 북의 태도는 험악해졌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에서는 그래도 `핏줄의 부름`이 보여졌다. 여자 기계체조 이은주(17·강원체고)양이 북한의 홍은정(27)에게 다가가 함께 셀카를 찍는 장면은 사진기자들의 눈을 번쩍 띄게 했다. 이 선수는 고교생 답지 않게 해맑고 애띤 얼굴이어서 기자들의 시선이 모였고 그래서 이 `셀카 장면`이 충분히 찍혔는데 그 반향은 대단했다. 토비스 바흐 IOC위원장은 사진을 보고 “위대한 모습이다(great gesture)”했다. 이 선수는 비록 개인종합 53위로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이 셀카 한 장면으로 `역사적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상황이 영웅을 만든다” 하지만 이 `위대한 몸짓`은 올림픽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50m 권총사격 결선에서 한국의 진종오와 북한의 김성국은 금과 동을 따고 시상대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둘은 다정한 악수를 나눴고 진은 김에게 농담까지 건넸다. “너는 앞으로 이 형을 보거든 친한 척 해라” 이들의 우정에는 `남북한 악감정`같은 것은 없었다. 화합·평화·협력이라는 올림픽정신만 있을 뿐이었다.
올림픽정신의 하이라이트는 여자 육상 5천m 예선에서 보여졌다. 뉴질랜드의 햄블린이 다리가 꼬이면서 넘어졌고 뒤 따르던 미국의 다고스티노가 걸려서 쓰러졌다. 먼저 일어난 선수는 그냥 달려가지 않고, 넘어진 선수를 부추겨 일어날때 까지 기다려주었고 한 선수는 무릎 인대를 많이 다쳐 절뚝거리며 달렸고 먼저 들어온 선수는 그를 기다려 서로 뜨겁게 부둥켜안았다. 평소 일면식도 없던 두 선수는 이로써 `올림픽 정신의 꽃`이 되었고 `내내 잊지 못할 친구`가 되었다. 이 둘은 `최고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다.
올림픽이 어느새 `메달쟁탈전`으로 변해 심판 매수·순위 조작 같은 악취도 풍기지만 메달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리우 마라톤은 `정의 표현의 장`이 되었다.
에티오피아의 릴레사 선수는 2위로 들어오면서 팔을 들어 X자를 그렸고 시상대에서도 그런 몸짓을 했다. 이 나라에서는 정부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지난 7개월간 400여 명의 오르미아족이 희생됐는데 X자는 “인종차별 중지하라”는 항의였다. 그는 `정치행위`로 메달을 박탈당할 수도 있고 조국에 돌아가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는 박애라는 올림픽정신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