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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장관의 `경상도 뚝심`

등록일 2016-09-08 02:01 게재일 2016-09-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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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살면서 `흠결`없이 살아온 사람은 없다. “성인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국회 인사청문회는 꼭 `과거의 도덕적 흠결`만 들춰낸다. 야당이 내세운 후보자에 대해서는 “파도 파도 미담밖에 안 나온다”했지만 청문회를 통과하자 바로 `혼외 자식`문제로 자진사퇴를 한 사람도 있었다. `내 편`은 철저히 옹호하고 `반대편`은 철저히 흠집내는 것이 국회인사청문회의 관행이 돼버렸다.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 했고 `부적격 판정` 의견을 냈지만 대통령은 지체 없이 전자결재했다. 이처럼 이번 청문회는 매우 특별했다. 야당 단독 청문회라는 것 말고도 장관이 `법적 대응`을 공언한 것이나 취임 직후 야3당 대표들이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한 것 등이 `전에 못 보던 현상`이다. 김 장관은 청문회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지만 취임하면서 바로 “사실 확인도 없이 본인과 노모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종편 출연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고 “팔순 노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 했다.

김 장관은 또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했으며 “언론은 당사자의 해명은 전혀 듣지 않고 야당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했다”고 했다. 그는 경북 영양군 출신이고 경북대학교를 나왔다. 영양군은 조지훈 선생의 고향이고 선비의 고장으로 뼈대 있는 곳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삼봉 정도전의 고향`인 경북 봉화군 출신으로, 두 사람 다 뚝심 있게 버티는 기질에서는 비슷하다. 우 수석은 언론과 야당이 그렇게 짓찧어대는데도 꿋꿋이 견디지만 `법적 대응`이란 말은 없다.

야당들은 “청문회때는 송구스럽다 하더니 장관되더니 딴소리한다” 했고,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피해자 코스프레(분장놀이)를 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제2의 우병우를 보는 듯하다” 했다. 국회인사청문회란 후보자 능력검증의 자리가 아니고 망신주기의 자리라 후보자들은 대충 `야당 의원들 기분 맞춰주기`나 한다. “죄송하다. 송구스럽다. 반성하고 있다. 충고말씀 새겨듣겠다” 이렇게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넘어가는 것이 `정답`인데 이를 두고 `딴소리`니 `분장놀이`니 하니, 순진한 탓인가.

인터넷에서는 `국회의원`이란 단어가 `국해(國害)의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공무원을 하인 다루듯하고, 트럭 한 대나 되는 양의 자료를 요구하고 바쁜 경제인들을 불러놓고 단 1분도 질의하지 않는” `나라 해치는 의원`을 성토했다. 국회청문회란 “뭐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자리”란 말이 파다하다. `상황이 워낙 비정상적이다 보니 엉뚱하게도 경상도 뚝심 기질`이 신선해 보이기 조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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