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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폭염 고통, 한전은 성과급 잔치

등록일 2016-09-26 02:01 게재일 2016-09-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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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은 실로 `잔인한 폭염`이었다. 비도 별로 내리지 않아 밭작물들도 `모진 가뭄`을 겪었다. 전기료 폭탄 걱정에 에어콘 한번 시원히 틀지 못했다. 기업에는 없는 `누진제`를 일반 가정에만 덤터기 씌웠던 것이다. “전기를 두 배 가량 더 쓰면 전기료는 4~5배 더 나온다”면서 이를 악물고 무더위를 견딘 가정들이 많았다. “누진제라는 괴물이 왜 일반 가정만 덮치나? ” 정부를 성토하는 소리가 일어났고 관계기관은 “모르쇠”하다가 대통령이 “고쳐라” 하자 마지못해 손을 봤지만 그 또한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한전은 일반 가정에 전기료 덤터기 씌운 덕분에 적지 않은 성과급을 받아 챙기게 됐다. 한전이 경영실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으니 1인당 평균 2천만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는다. 임원급의 경우 S등급을 받으면 기본급의 110%, A등급을 받으면 100%, B등급은 50%, C등급은 30%의 성과급을 받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공공기관들이 하도 방만경영을 하고 성과도 없으면서 성과급을 꼬박꼬박 챙기니, 등급을 만들어서 차등지급토록 한 것이다. A등급을 받은 한전은 올해 기본급의 100%를 더 받는다. 취업희망 0순위가 공공기관, 1순위가 대기업, 2순위가 공무원이 된 이유다.

한전이 A등급을 받은 것은 순전히 폭염 덕분이다. 가정들은 냉방기를 틀지 않을 수 없고, 누진제 탓에 전기료를 엄청 더 내게 되고, 한전은 “경영을 잘 해서 실적을 많이 올린 공기업”이란 평가를 받게 된다. `누진제와 국민의 고통`위에서 한전은 돈잔치를 벌이게 됐다. 한전이 `실적`을 올린 것은 `경영`을 잘 한 때문이 아니라 `폭염` 덕분이고 누진제 덕분인데 그래도 성과급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매년 여름이 되면 “올해도 폭염이 부디 오래 지속되게 해주십사” 기염제(祈炎祭)라도 지내고 싶지 않겠는가.

한전은 지난 여름 해외연수에 돈을 펑펑 마구 썼다. 외국의 대학 교수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강사료를 집어주었다. 돈을 주지 않아도 될 방문 견학에도 `주선료`라면서 적지 않은 돈을 썼다. `돈에 깔려 죽을 것` 처럼 마구 써댔다. 그것은 `막대한 수익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너무 많은 이익`을 쌓아둔 것이 알려지면 좋을 것 하나 없기 때문이다. 발전 연료인 원유 가격은 바닥을 치는데 전기요금은 내리지 않고 누진제라는 `땅 짚고 헤엄치기 제도`까지 만들어두었으니 `수익 숨기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돈이 너무 많아 걱정인 공기업에 100% 성과급까지 주는 나라가 정상이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누진제를 만든 나라가 정상이냐” 비정상의 정상화가 박근혜정부의 상징인데 이 비정상은 왜 고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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