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24일 새벽 새누리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강행처리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과 야권이 원내교섭단체 대표의 합의 없이 차수변경을 이뤄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력 비판하며 국회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여야는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꼴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처리 후 의원들과 함께 퇴장하며 “이제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이어서 규탄대회를 열고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 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사과 및 해임건의안 무효화를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 자리에서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하고 민생의 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는 등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새누리당은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반민주적 폭거 앞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헌법과 의회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오직 국익과 국민만 보고 갈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야당 역시 타협할 기미가 없다. 야당은 해임건의안 처리가 박근혜 대통령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며 김재수 장관 해임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력 요구하고 있다.
26일부터 시작되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여야의 극한 경색에 파행 운영될 공산이 크다. 야권이 국정감사 기간 동안 갖가지 의혹들에 대해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갈등 격화는 불가피하다. 대선을 의식한 거친 공방까지 예상돼 국정감사 내내 파행과 충돌이 거듭될 가능성이 높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일이 일상화된 나라가 됐다. 국회가 정쟁 격투기장으로만 활용되는 이 케케묵은 참상은 언제쯤이나 종식될 것인가. 경제난에 안보위기, 자연재해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제발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정부·여당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현실을 인정하고 타협해야 한다. 야당은 유치한 힘자랑 관성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협치(協治)의 큰 길을 닦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