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30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거국중립내각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여야가 각각 추천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꾸리는 내각이다. 촛불시위 등 혼란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책임총리제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 먼저 시작된 `거국중립내각` 방안은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도 줄곧 거론돼왔다. 정병국 의원은 “거국내각을 구성해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태경 의원도 “국가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은 2선 후퇴하고 국회가 합의하는 거국책임총리에게 실질 권력을 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대권주자들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언급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나가야 한다”고 밝혔고, 문재인 전 대표도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임명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이 거국내각 구성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데 대해 “짜고 치는 쇼”라며 평가절하하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그건(거국 내각은) 최순실씨가 귀국하기 전 얘기”라며 입장을 뒤집었다.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발상을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을 고리로 내각제 입장의 야권 일각을 포섭하려는 시도로 보는 의심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날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는 `개헌`을 추진하게 하는 것이 묘책이다. 야당도 곤경에 처한 정권을 아주 짓밟을 궁리에만 빠질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정쟁의 불씨로 작동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야가 함께 인정하는 중립내각이 구성돼 `분권형 개헌`을 주도하게만 한다면 국정혼란도 잠재우면서 낡은 헌법도 국민 여망에 부합하도록 바꿔내는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 모두 대승적인 안목으로 사태의 해법을 궁구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