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사태로 수렁에 빠지자 역사교과서가 또 `전쟁터`에 끌려나왔다. 분단국가에서 `역사전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우파 좌파 갈라진 국가에서 “어느 쪽이 역사를 장악하느냐” 하는 것은 “국민정신을 어느 편이 지배하느냐” 하는 문제여서 양 편 모두 사생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국정(國定)을 밀어붙이면서 편찬위원의 명단까지 비공개하는 바람에 좌파들이 잠잠하지만 이것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오는 28일 `현장검토본`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e북 형태로 게시되면 야당들과 전교조 등이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의 위력이 `최순실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지니 국정교과서의 운명도 `갈대 신세`다.
좌파들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란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시비를 건다. `혼`이란 말을 최태민의`영세계`에 결부시킨다.“역사는 국민의 혼이다” “제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혼이 없는 민족이다” 이것은 흔히 쓰는 말이다. `역사와 민족혼`은 늘 함께간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최태민을 결부시키고 심지어 `최순실 교과서`로 폄하한다. `최순실`만 갖다 붙이면 무엇이든 부정적이고 혐오스럽게 되는 분위기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도 그 속에 몰아넣는다.
우리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이다. 그런 나라에서 “남한은 창녀가 낳은 사생아 정부”라 기술한다면 또 북한의 역사관에 따른다면 그것은 `역사를 바르게 배우지 못하는 일`이 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사실도 가르치지 않는 북한의 역사교과서,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갈라놓고 지도층의 역사는 완전히 무시하고 민란·반란 등을 역사의 중심에 놓는 역사관을 우리 학생들에게 주입시킬 수는 없다.
박근혜정부가 지금 비록 곤경에 처해 있지만 할 일은 빈틈 없이 해나가야 한다. 국정 전반이 마비되면 북한과 친북만 웃을 것이다. 역사교과서에 관한 한 시류에 밀려서는 안 된다. 다행히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했고, 신광수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기획단장도 “국정교과서는 정해진 일정대로 간다” 했다. 이념 편향을 벗어나 균형된 시각으로 기술해야 한다는 원칙이 결코 동요돼서는 안 된다. 남한은 창녀가 낳은 사생아 정부이고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역사를 가르칠 수는 없다.
과거 박정희정부가 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 건설을 추진할 때 김대중·김영삼 등은 길바닥에 드러 누워 반대시위를 했다. 극렬한 반대를 극복한 소신정치가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박근혜정부는 1년 4개월 남은 임기 동안 `최순실 악몽`을 씻어낼 소신정치를 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