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회장이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상황에서 이번 투표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미 죽도시장의 어시장과 회상가의 상인단체들은 두호동 마트 입점에 찬성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상가번영회의 결정은 결과를 떠나 상당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지난 2008년 이후 6년 동안 추진돼온 이 사업의 갈등은 골목상권 침체라는 전국적 논란을 기본으로 지방선거에 생사를 걸만큼 민감한 단체장들의 고민까지 더해지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전임 포항시장은 마트 부지 내의 도시계획도로를 폐도한데 이어 2011년에는 건축허가까지 내주는 등 포항의 대표적 슬럼가로 전락한 부지에 대한 사업 재개를 적극적으로 도와줬었다. 하지만 그는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호텔 규모가 줄어들어 곤란하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대규모점포 등록을 불허하면서 돌아섰다. 물론 전임 시장도 골목상권에 대한 고려가 판단의 가장 중심에 있었겠지만 지방행정에도 신뢰·성실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최상의 선택이었는지를 회의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시행사업자는 1천400억원 이상을 포항에 쏟아붓고 지금 상당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포항과 아무 연고도 없던 기업이 먼저 두호동 마트를 추진하다가 부도가 난 기업 대표의 간청에 사업을 인수했다가 엄청난 고초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은 전국의 시행사들에게까지 알려지면서 포항이 민자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곳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고 하니 도시재생과 기업 유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포항으로서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강덕 시장으로서는 취임 당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의 리스트에 이 일이 올라간 만큼 숙고에 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청렴을 강조해온 이 시장으로서는 사업자가 여러 요로를 통해 손을 써오자 상당한 호통을 칠만큼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통상권을 지키고 행정의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이 시장의 노력은 그 정도면 충분히 확인됐다.
간부회의에서 초등학교 근처인 점을 몰라서 나이트클럽 용도변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겠는가. 이 시장도 외지 기업이 슬럼지역의 토지를 개발하고 도심활성화 사업효과도 겸하는 판매시설을 건립해준 점을 알고 있기에 계속 판매시설 등록 불허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치단체가 저런 거대 자본이 투자된 사업장에 대해 아무런 행정 노력도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상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포항시는 이제 상인들을 설득해서라도 지역의 오랜 골칫거리가 된 두호동 마트 개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