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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위`는 인권 축제장이다

등록일 2016-11-09 02:01 게재일 2016-1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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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난장판이 됐었다. 좌파단체들과 강경 노동조합원들의 폭력시위로 경찰 버스 50대가 파손되고, 경찰관 113명이 다쳤다. 빈 소주병과 먹다 버린 닭 뼈다귀와 빵조각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철제 사다리로 경찰을 공격했고 경찰버스에 밧줄을 매어 잡아당겼다. 민노총 위원장은 “우리가 뭉치면 나라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선동했다. 그는 조계사로 숨어들었고, 승려들은 그를 독립운동가처럼 보호하다가, 신도들과 여론의 비난에 밀려 자수시켰다.

이 시위 주도 단체가 `민중궐기투쟁본부`이다. 그런데 이 단체의 시위가 최근 변했다. `박근혜 퇴진`시위 현장이 그렇다. 질서정연하고, 폴리스라인을 잘 지키고, 과격 폭력은 보이지 않고,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부딪히면 학생들이 달려가 경찰과 시위대 사이를 가로막았다. `민중궐기투쟁본부`가 주도하는 시위 양상이 작년과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선진국형 시위문화의 시발점이 됐다.

경찰이 먼저 `평화분위기`를 조성했다. “우리는 여러분들의 적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마음과 저희들의 마음이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을 존중합니다” 라고 방송했다. 물대포나 경찰봉도 없고, 방어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무장해제 차림`이었다. 시위대도 이런 경찰의 태도에 감동했다. “우리도 선진국형 시위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분위기가 조성됐다. 시위에 참가한 한 청년이 “의경들은 아무 잘못 없잖아요. 박수 한 번 보냅시다” 하자 다들 호응했다. `기이한 현상`이었다.

이번 시위에 참가한 구성원들부터 특별했다. 부모 손잡고 소풍나온 듯한 아이들, 유모차를 밀고 온 엄마들, 교복 입은 학생들, 양초와 종이컵을 파는 아르바이트 학생들, 간식을 파는 상인들, 데이트 나온 연인들, 이들이 어우러져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쳤지만, 그 목소리에는 `독기`가 없고, 무슨 경기 `응원단` 같았고, 흡사 축제마당에 놀러 나온 사람들 같았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새로운 시위문화가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주한 미 대사까지 현장에 나와 구경을 할 정도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본 현장을 그대로 본국에 타전할 것이다.

지난해 11월의 폭력시위는 자정을 훨씬 넘어까지 이어졌지만 최근의 광화문 시위의 경우 주최측이 저녁 9시에 `집회 종료`를 선언하자 시위대들은 두말없이 해산했고, 길이 열리자 차량들의 운행은 정상화됐다. 일부 사람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연좌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연행하지 않고 설득으로 돌려보냈다. 술 취한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부딪혔으나 시민들이 막아서서 말렸다. 시위가 인권 축제장으로 승화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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