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이 쇼크로 받아들여져야만 하는 데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만 놓고 볼 때 당장 정치에서 한미동맹 자체가 흔들릴 여지는 높지 않다. 주한미군 비용 분담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지금까지와 달리 우리의 부담을 늘리기를 원한다면 그만큼 우리로서는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에 따라 상대적으로 양보해왔던 것들, 예를 들어 미국산 무기 위주의 구매선을 다른 나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보합이 아닐까 싶다. 경제에서도 힐러리가 당선이 됐다고 가정하더라도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기조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포항경제는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의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의 국내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지난 수년 간 더욱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2014년 일시 지역경기의 회복은 국제유가의 움직임과도 관계가 깊은 북미의 셰일오일 채굴 등에 필요한 에너지 수송용 강관의 특수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후 미국의 한국산 강관에 대한 무차별적인 반덤핑 관세 부과로 지난해부터는 생산과 수출이 급격한 부진에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강화가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확대된 것이 우리 지역경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과연 우리 지역경제의 주춧돌인 철강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의 공약만으로 지금 다들 위기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공약 중 클린턴 후보가 공약한 인프라 투자 2천여 억 달러보다 `2배 정도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4천여 억에서 5천여 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공약대로 된다면 이것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침체된 지역의 강관수출을 보완 내지 대체할 수 있는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철강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생물과도 같아 언제든지 위기나 새로운 사건이 늘상 일어나고 있다. 그때마다 우리가 겁을 내고 패닉에 빠지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오히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리 치밀한 경영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가 당하기만 하는 태도가 더 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