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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말 없는 다수의 위력

등록일 2016-11-11 02:01 게재일 2016-1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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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온 세상을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 “결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일종의 사변이다” 힐러리 후보가 낙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나 여론조사 기관들이 내놓은 예측이 다 어긋났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했던 `국제적 여론`이 어처구니 없이 무너졌다. 미국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세계 각국의 외교정책이 뒤집힌다.

힐러리 후보의 정책은 `일관성·안정성` 위주여서 각 국가들이 안심하지만 트럼프 후보의 것은 대 풍파를 몰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여론조사들은 왜 엉터리 진단을 했을까. 온 세계 언론들이 일방적으로 힐러리 편을 들었고 미국 언론 대부분도 트럼프 후보에 비판적이었으며 오바마 대통령 내외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판 굳히기`를 했는데 왜 그 `약발`이 먹히지 않았을까. 세상은 귀신에 홀린 듯 멍한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이해득실 계산을 하고 대미 정책을 새 대통령의 공약과 취향에 맞게 조정·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다. 분단·북핵·탈북·사드 등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정책이 크게 흔들린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그것은 그들의 문제”라 했고 미 정보당국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그것은 한국이 판단할 문제”라 했다. 미국 역대 정부의 목표는 `핵 비확산`이었고 한국의 핵무장을 극력 막아왔다.

그러나 `트럼프정부`는 그 정책을 뒤짚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도 핵개발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한미 FTA도 재협상을 할 수 있고 지금까지 연간 1조원씩 내던 방위비의 인상도 요구할 것이다. 북핵에는 반대하고 `선제타격`을 운위하지만 `대화`도 하겠다 하는데 그는 러시아·중국·북한 등 독재국가에 우호적이다.

그리고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으며 세계 평화보다는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되는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 사드배치도 불투명하다.

이번 미 대선은 `선거혁명`이라 일컬어진다. 기상천외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어떤 여론조사도 `말 없는 다수의 표심`을 읽어내지 못했다. 미국 내 대부분의 언론이 힐러리 후보를 일방적으로 응원했지만 말 없는 다수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난한 백인들`의 표심은 요지부동이었다. `귀족적이고 점잖은 정권`은 이제 지겹고 뭔가 `화끈하고 과감한 변화를 보여줄` 정권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결심이었다.

모든 나라들이 `외교적 계산`도 해야 하겠지만`침묵하는 다수`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깨닫는 것이 이번 미 대선이 보여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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