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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문화제로 진화하는 평화시위

등록일 2016-11-16 02:01 게재일 2016-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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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에 걸친 평화시위는 우리의 시위문화가`종합문화제`로 승화하고 있음을 입증했고, “이것도 일종의 창조경제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흉기를 들고 무장 경찰과 맞서 싸우던 `내란 수준의 폭력 불법 시위`는 이제 없다. 돌맹이와 화염병이 날고 최루가스 자욱하던 시절은 멀리 갔다. 경찰과 시위대는 이제 `친구`가 되었다. 지냔해 11월에 있었던 민노총의 폭력·물대포 대립 이후 우리 시민의식은 많이 변했다. 과격한 구호와 폭력을 막는 것은 공권력이 아니라 시위대원 자신들이다.

이번 시위 군중은 구성원부터 달랐다. 시위와 담을 쌓았던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갓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새내기 엄마들도 있었으며, 노인들도 촛불을 들고 참여했다. 과거 선동꾼들이 앞에서 마이크 잡고 외치면 따라 외치며 주먹을 내두르던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무슨 축제장에 소풍 나온 사람들 같았다. 연예인들 몇 명이 분위기를 잡기는 하지만, 그들이 시위를 주도하지는 않았다. 누구든지 무대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 자유발언을 할 수 있었다. 공감을 할 때는 박수도 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는 폭소도 터졌다.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도 보여졌다. 살벌한 투쟁구호나 운동권 노래 대신 `아리랑 목동` `펠리스나비다` `뱅뱅뱅` 등 인기가요를 부르며 축제 한마당을 연출한다. 가수들이 나와 무료공연을 하고, 학생들은 재미있는 몸동작을 보여주는 등 볼거리도 적지 않았다. 과격한 구호가 들릴 때는 참가자들이 일제히 외면했고, 경찰과 감정적으로 맞서는 현장에서는 함께 “진정하라” “우리는 친구다” 외치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유모차와 장애인 휠체어가 지나갈 때는 길을 열어주었다.

“시위대는 우리 편”이라 생각하는 야당 국회의원들과 분위기 파악을 위해 여당 의원들도 나왔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가수 이승환씨는 한 야당 의원을 향해 “우리는 국회의원 편이 아니고 시민 편입니다”했다. 순수한 시위문화를 정치인들이 끼어들어서 “물을 흐려놓지 말라”는 뜻이었다. 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표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간여하면 순수성은 훼손되기 마련이다.

이번 시위는 창조경제에도 한 몫을 했다. 양초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고, 소주 판매도 25% 가량 늘었고, 종이컵도 동이 날 지경이었다. 과거에는 시위 현장 상점들이 진저리를 쳤으나 이제는 오히려 환영한다. 간식이나 캔맥주를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데이트족도 많고 나들이 삼아 나온 가족들이 다 고객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장터`가 형성되기 마련이어서 “이런 시위라면 매일 있어도 좋겠다” 하는 상점 주인도 많다. 정치는 실망스러워도 한국 국민은 슬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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