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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등록일 2016-11-24 02:01 게재일 2016-11-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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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선 후 내각을 짤 때 `반대편에 섰던 인물`을 한 둘 끼워넣는 전통이 있다. 링컨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번 트럼프 당선자도 예외가 아니다.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주 지사는 이번 대선 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질도 판단력도 없다”고 비판했고 트럼프에 대립해 개방무역·이민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롬니를 국무장관에 기용할 것을 고려하면서 1시간 가량 독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너무 실망스럽다. 이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오직 `내 몫`만 있고` 국가·국민`은 없는 것 같다. 이 급변의 시점에서 내 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내 위상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권을 장악할 것인가. 어떻게 최순실 정국을 잘 이용할 것인가. 오직 그 생각만 하면서 분주히 움직인다. 그런 정치권을 보면서 국민들은 “우국지사는 다 어디갔나” 탄식하고 절망한다.

여당은 지금 분당 일보 직전이다. 친박은 박 대통령의 징계·탄핵을 요구한 비박을 향해 “정치적 패륜행위다”했고 이장우 최고위원은 김무성 의원을 향해 “새누리당을 떠나라” 했고, 탈당한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분들”이라 했다. 이정현 대표는 “상한 국 안에 있는 것은 국물이든 건더기든 다 거기서 거기”라며 잘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했고, 야당에 대해서는 “총리 지명이든, 탄핵이든, 하야든, 각기 배치되고 같이 할 수 없는 내용을 다 하겠다고 한다”면서 “짜구난다” 했다. `짜구`란 말은 `너무 먹어 영양과잉으로 성장이 중지되는 병`이다.

야 3당들도 소란스럽다. 이들이 과연 수권정당 자격 있나 싶다. 대통령 탄핵 후 권한대행을 맡게 될 총리 문제를 놓고 우왕좌왕이다. 일부에서는“황교안 총리가 맡지 못하게 총리까지 탄핵하자”하고, 더민주당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른 시일내에 결정하자”라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대통령이 일찍 야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었지만 이를 받지 않았는데 뒤늦게 `총리 지명`을 해봐야 대통령이 덥석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당은 “일단 야당 자체적으로 국회 추천 총리의 선정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하고, 야권 일각에서는“야당이 거부했던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수용하자”한다.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자”고 했다. 순순히 하야하면 처벌만은 면하게 해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표가 마치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말한다. 이런 오만때문에 정치권이 시민에 배척당한다” 했다.

정치인들은 다들 `국민`을 팔지만, 촛불민심만 민심인 줄 안다. 묵묵히 지켜보는 `밑바닥 민심`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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