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 농촌에는 지금 새로운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정부가 중앙과 지방의 극심한 불균형 실태로 인해 국가 전체의 활력이 심각하게 떨어지자 정책적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략적 잇속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수도권 집중을 성토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농촌의 부흥에 일조했다. 전원생활이 은퇴자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중앙과 지방 정부가 귀농귀촌 정책을 다양하게 도입해 각종 지원을 시행한 노력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농업을 도산 지경에 몰고 갈 것으로 우려했던 미국 등 여러 나라와의 FTA 체결이 예상 외로 농촌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각종 지원제도까지 더해져 남과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는 농부는 이제 얼마든지 도시민 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
문제는 농촌의 인심이다. 지금 우리 농촌에서는 야박한 도회생활에 찌든 도시민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원주민들의 텃세가 얼마나 심했으면 귀농귀촌자들의 안정적 정착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에 기존 주민들의 협조 여부가 포함됐겠는가. 이러니 마을에 돈을 내고 이주를 하는 경우까지 생긴 것이다. 마을 인근에 부모를 장사지내려고 해도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길을 막으니 돈을 내야 하고 해마다 동제가 열릴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협찬을 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 농촌의 개탄스런 자화상은 곳곳에서 생채기를 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요 인의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높은 안동에서조차 개인 사유지라는 이유로 타인의 통행을 가로막는 일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소유주는 타지에 거주하는 부재 지주라고 하는데 농촌 인심을 이렇게까지 갈라 놓아도 되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이러한 일은 농촌에 각종 개발사업과 그로 인한 부동산 가치의 상승 기대감이 높은 현실에서 얼마든지 확산될 여지가 많다. 해결책은 공동체 의식을 스스로 되찾는 풍조가 미덕이 되는 사회로 변모하는 길이 우선이다. 하지만 다원화한 사회에서 막연하게 이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문화된 법 조항은 개정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