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국가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등록일 2016-12-06 02:01 게재일 2016-12-06 19면
스크랩버튼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배당이나 투자는 하지 않고 (권력층에) 뒷돈이나 주며 연명하는 것 아닌가”란 말이 외국에 떠돈다. 한국 주요 기업 총수가 검찰과 국회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는다. 실제 11월 한 달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7조756억원에 이른다.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총수들은 해외 출장 일정도 앞당긴다. 국정조사와 특검이 시작되면 해외활동에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들이 뇌물죄 등으로 기소되면, 미국에서는 공개입찰에 참여할 자격도 잃는다. `해외 부패 방지법`이 있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불법을 자행한 기업이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활동을 제한한다. 기업들이 뇌물죄에 걸리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하는 이유다.

비록 강요에 의해 뜯긴 돈이라도 `선의의 기부·성금`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어야 할 일도 많다. 약 15조원대의 프로젝트인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고속철도` 사업을 따내려고 중국과 일본이 외교력을 집중하는데, 한국은 국정공백 때문에 `정상(頂上) 경제외교`를 못한다.

해외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국가가 외교력을 발휘해 기업을 도와야 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공권력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검찰이나 특검의 조사에서는 `기업비밀`이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가 적지만 국회의 국정조사에서는 모든 것이 TV에 공개되니 기업들로서는 매우 난처하다. 신규 사업과 M&A에 대한 모든 자료는 극비사항인데 국회가 이를 요구한다. 이사회 회의록도 마찬가지다. 회의록에는 기업의 전략이나 내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공개하느냐는 것이다. 기업간의 정보전쟁은 사활을 걸 정도로 치열한데 그 기업비밀을 공개할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일부 기업은 몇몇 의원실로부터 청문회를 기화로 `흥정·거래`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모 기업 관계자는 “일부 의원실에서 당신 그룹 총수는 좀 봐줄테니 다른 그룹의 약점을 알려달라 했다”고 실토했다. 또 “그동안 기부를 많이 한 것 같은데,우리 의원 지역구에도 기부를 좀 해 달라, 요구를 하는 의원실도 있었다”고 했다. 정경유착을 응징하자는 청문회인데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니 정치란 이렇게 추잡한 면이 많은 모양이다.

검찰수사보다 무서운 것이 `악플`이다. “재벌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등 악성댓글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다. 이런 풍토에서는 세계 1등 기업이 자랄 수 없다. 대통령과 재계의 면담은 통상적인 것인데 이를 `비리의 현장`으로 몰아가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기 위해 국가경제를 벼랑끝으로 몰아가도 좋은가.

오피니언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