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위기감을 느낄 일들이 일어난다. 탄핵에 찬성한 비박(非朴)을 비난하는 글이 SNS상에 봇물을 이룬다. “배신자의 정치생명이 오래 갈 것같으냐”는 것이다. 또 `박사모` 등이 중심이 된 보수진영에서 “선동탄핵 무효” “국회 해산”을 외치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촛불시위대와 충돌하기도 한다. 박대통령 지지층이 그동안 참고 있다가 국회 탄핵 가결 후 결집한 것이다. `신의 한수` 1인 방송은 마로니에광장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태극기를 든 군중이 모여들었다. 친박모임의 군중 수는 불어나고, 촛불집회의 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야권으로서는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시간은 박 대통령 편”이란 말도 나온다.
헌재 재판관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판관들은 휴일 없이 기록을 검토한다. 재판관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기동대 1개 중대가 청사 주변을 경비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의 경우 헌재 재판관들의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 이번 박 대통령 건과 노 대통령 건은 많은 차이가 난다. 노의 경우는 사유가 간단한데 박의 경우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검찰 조사, 특검, 국회국정조사, 법원의 형사재판 등이 동시에 맞물려 있고, 헌재는 그 결과를 지켜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신속한 심리`가 어렵다.
헌재로서는 이번 사안이 `가보지 않았던 길`이고, `조속 심리`와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과제 앞에서 헌재의 고민도 깊다. 야권은 `선별심리`를 요구한다. 여러 탄핵사유 중 일부 중대한 위헌 사유만 판단하고 다른 것은 제외함으로써 결정을 앞당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헌재는 “변론주의 원칙으로 재판하므로 직권으로 선별심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사유를 다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너무 많은 사유를 헌재에 제시, `전략적 미숙`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번 탄핵심판의 경우,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의 명단과 의견까지도 공개하게 돼 있으니 `졸속 심의`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도 `신속`을 자제할 것이다. 6개월의 시한을 다 쓰는 한이 있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