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들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상징되는 포스코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방부의 항공기 고도제한 규정에 묶여 포스코 신제강공장의 신축공사가 중단위기를 맞음으로써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몰고 왔다. 이 같은 상황을 맞아 포항시가 중심이 되고, 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 공사를 재개시킨 일은 포항의 자존심을 세운 일로 평가돼 왔다.
지난 9일 포항 북구에서 4선을 역임한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추징금 2천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태는 충격적이다. 뿐만 아니라 포항남·울릉 선거구 6선 의원을 지낸 이상득 전 부의장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과 벌금 26억원이 구형돼 다음달 13일 1심 선고재판이 예정돼 있다.
기소 및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이들 정치인들에 대해 `고도제한 위반으로 답보상태에 있던 신제강공장 준공이 가능하도록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고 각각 측근이 소유, 운영하던 포스코 협력업체를 통해 이권을 챙겼다`는 혐의를 논고해왔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맞다면 포항시민들의 오랜 지지를 등에 업고 중앙정치의 거물이 된 이들 정치인은 자신의 오명은 물론 포항시민의 자존심을 내팽개쳤다는 비난을 모면할 수 없게 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13일 포스텍 교정에 있는 고 박태준(朴泰俊) 명예회장 동상 공원에서 5주기 추모행사를 열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서울 주재 임직원과 그룹사 대표, 유가족들은 국립현충원 내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포스코는 또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5주기에 맞춰 최근 고인의 타계 직전 7년간의 활동을 추가한 개정증보판 `박태준 평전-세계 최고의 철강인`을 출간하기도 했다.
국가적 난국을 맞아 “제철보국, 이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의미”라며 투철한 애국심으로 포스코를 일궈내 조국근대화의 골조를 세워낸 고 박태준 명예회장 같은 위인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포스코의 가치는 이미 전 세계적인 차원에 닿아있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포항지역에 굳게 붙박여 있다. 포스코가 온갖 논란들을 잘 정리하고 지역의 자부심 근원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작금의 진통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소중한 변곡점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