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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전쟁, 진정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등록일 2016-12-23 02:01 게재일 2016-1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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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유승민 등 새누리당 비박계(비박근혜계) 의원 34명의 탈당 선언으로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26년여 만에 보수정당의 재편이 시작됐다. 탈당을 선언한 비박계는 즉각적으로 창당준비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창당준비 공동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과 정병국 의원은 `보수신당(가칭)` 창당과 관련된 실무 작업을 조율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1월 귀국과 맞물려 새누리당에서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충청권 의원 등을 중심으로 2차 탈당 움직임도 관측된다. 보수신당은 향후 이들을 포함해 국민의당,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세력 등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방향이다. 비박계 신당은 창당할 경우 국민의당(38석)보다 의석이 많은 원내 제3당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새누리당은 탈당파 의원들에 대해 나갈 테면 나가라는 태도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조속한 시일 내에 개혁적 비대위원장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분당은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내분이 격화되면서 지난 13일 당을 추스르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왔던 김관용 경북지사는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친박계 주축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해체를 선언했다. 김 지사는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께 용서를 빌고, 살을 깎는 각오로 당을 혁신해 국민께 보고를 드려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은 이 비참한 사태를 초래한 위정자들로부터 진솔한 반성과 사과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박 대통령이 3차에 걸쳐 사과와 담화문을 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들 대다수는 오밤중에 느닷없이 뺨을 맞은 기분이 역력한데 어느 누구도 나서서 용서를 빌지 않는 해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여론의 도마에 오른 요인(要人)들은 국회청문회장에서 끊임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국정농단을 까맣게 모르고 넘어간 `큰 죄인들`인 정치인들은 권력놀음에 여념이 없다. 야당은 때 만난 듯 온갖 의혹들을 쏟아내고 있고, 으뜸책임을 지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는 그냥 뻗대고 살아나갈 작심에 빠진 듯하다.

보수세력의 분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엄청난 변수다. 새로운 보수정당을 건설하거나 썩고 낡은 정당을 개혁하는 일은 진정한 `반성`이 없이는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엎드려 빌고, 두 번 다시 이 같은 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 `개헌`을 포함한 설득력 있는 방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에 제대로 된 보수정당의 재탄생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 나라는 엄청난 불행에 빠진다. 지금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낱낱이 밝히고 사죄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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