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4축 간선도로망이 서해안 중심으로 건설되면서 동해안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조기건설이 시급했고,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상주 분기점에서 영덕군 강구면 영덕IC간 107.6㎞ 구간에 공사비 2조7천500억원을 투입해 4차로를 신설하는 사업으로, 지난 2009년 착공해 7년 만에 개통된 것이다.
그동안 상주와 영덕을 연결하는 34번 국도는 2차선으로 길이 좁고 험해 직접적인 왕래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개통으로 경북 서북부 지역에 위치한 상주에서 동해안 지역의 영덕까지 운행거리가 52㎞(160km→108km) 짧아지고 주행시간이 80분(145분→65분)가량 대폭 단축되는 등 교통 오지였던 지역과 동해안이 연결돼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지난 23일 오후 6시 정식 개통할 예정이었던 이 고속도로의 개통이 안전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돌연 연기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2시 계획대로 개통식을 열었지만 개통식 도중에 개통연기를 발표해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개통식 도중 “안전상 문제가 있어서 25일 자정에 개통하게 됨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며 느닷없이 개통 연기를 알렸다.
개통을 불과 4시간 앞두고 갑자기 연기를 발표하면서 국내 최대 공기업 중의 하나인 도로공사의 안일한 업무 처리가 입줄에 올랐다. 한국도로공사는 홈페이지 안내를 통해 개통 연기 사유를 밝혔다. 경북지역에 19일부터 비와 눈이 내리면서 마지막 개통 전 안전점검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 구간은 가드레일은 물론 중앙분리대조차 설치되지 않아 안전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0월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관광버스 화재사고에서 보듯이 고속도로의 사고는 대형사고 확률이 높다.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 증가율도 전체사고 사망자 증가추세를 추월하고 있다. 개통일자 지연으로 인한 비난을 모면하고자 안전점검도 마치지 않은 건축물에다가 사람을 들이는 일은 위험천만한 행태다. 안전을 위한 예방행동에는 `지나침`이라는 개념이 통용되지 않는다. 개통 이후라 하더라도 철두철미한 점검과 보완공사가 뒤따라야 한다. `위험한` 것보다는 좀`늦는` 게 백번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