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들의 자리부터 흔들리니 통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대행체제 아래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는 상하가 같다. 임박한 대선은 `선거기의 취약점`을 노출시킨다. 미국은 정권 교체기를 맞았고, 한국은 대통령이 바뀌는 정국이라, 북한은 호기(好期)를 맞았다. 핵실험·미사일 발사를 해도 관심을 기울일 겨를이 없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무슨 변괴가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시기다.
그런 와중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을 도와주는 일이 2건이나 생겼다. 지방규제 6천400건을 해소시킬 작업을 진행하는 것과 기초지자체가 설립한 지방공사가 수행하는 정부대행사업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두 조치들이 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중앙정부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지자체가 정치적 자치는 어느 정도 이뤄냈지만, 행정적·재정적 자치는 요원한 상황이라 `중앙행정의 관심`은 지자체 행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다.
규제혁파는 박근혜 정부가 가장 힘을 기울인 정책이다. 대통령이 직접 주관해 몇 시간이나 마라톤 회의를 하고, 그것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나 그것이 중앙정부 차원의 일처럼 인식되면서 지방에는 미온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규제혁파란 상·하가 맞물려 소통하며 `쌍방향 정책`으로 가야 제대로 효과를 낼 것인데 이른바 `외통수 장기`가 되는 바람에 `뒷손`을 다시 봐야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과오납된 사용료·대부료를 반환해줄 경우 원금에 이자까지 갚아주어야 하는데 이를 어긴 지자체도 있고, 건물 부지 안에 입간판을 설치할 수 있는데 이를 조례에 반영하지 않거나 지연시킨 사례도 있다. 또 위임 범위를 넘어선 경우도 있다. 체납처분 공고 기일이 1개월인데 10일로 해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했다. 또 법령에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을 조례로 규정한 위법도 있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지방의 규제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중앙의 노력이 지방에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방공사가 수행하는 정부대행사업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행정자치부가 면제키로 한 것도 희소식이다. 이로써 기관당 연 평균 약 9억4천만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그동안 지방공단만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았지만 이제 시군구가 설립한 지방공사도 혜택을 보게 됐다. 이 조치는 행자부와 기재부가 협업한 모범사례이다. 향후 “중앙 위임 사업을 지방이 수행할 경우 비용까지 지방이 떠맡아 생색은 중앙이 내고 짐은 지방이 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불만도 사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