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 전반에서의 괴리감은 심각하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는 `언어 문화 통일` 만으로 족했지만 지금의 남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새롭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해졌다. 교육부는 이 괴리와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통일준비학교를 증설하려 한다.
통일준비학교는 그동안 탈북학생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그들이 일반학교에서 겪는 곤혹감과 혼란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영어, 외래어, 한자 등을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쓰는 단어의 거의 절반을 알아 듣지 못한다. `서비스`, `치킨` 같은 단어조차 모르고, 상점의 간판을 보고도 무엇을 파는 곳인지 몰랐다. 북한에서는 역사교육을 `김일성 일가의 항일투쟁`과 `반란·저항·혁명` 중심으로 배워서 세종대왕, 김유신, 이순신 등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TV사극을 보고도 그것이 우리 역사이야기인 줄을 모른다.
북한에서는 감시가 워낙 심해서 부모 자식간에도 서로 밀고하고, 친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에서 살아온 그들은 여기서도 남을 믿지 못해 입을 닫고 눈치를 본다. 살아온 문화가 달라서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로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탈북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할 경우에도 그렇다. 대수롭지 않은 남편의 말 한 마디가 탈북 아내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 “못 배우고 못 살다 왔다고 무시하는 것이냐” 그렇게 오해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아들 교육을 위해 탈북한 태영호 주영 공사의 인터뷰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을 알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이것 또한 통일 사전교육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인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한국TV를 본다. 그 중에서 탈북자들의 현주소를 이야기하는 `이만갑` `모란봉클럽` `불어라 미풍아` `불멸의 이순신` `육룡이 나르샤` `겨울연가` `가을동화` `풀하우스` 등은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 한다. 또 북한에 있는 동포들도 “낮에는 김정은에 충성하는 만세를 부르고, 밤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국영화를 본다”고 했다. 이런 일이 사실상 `통일준비 교육`의 일환이다.
북한은 지금 `외부의 문화`와 `외국의 정보`의 유입을 지극히 경계하지만, 미국 등은 그 방어망을 뚫을 수단을 강구하면서 첨단 정보기기를 대량 보급할 예산을 늘려가고 있다. 폐쇄·비밀주의보다는 서로를 더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통일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