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양 진영간의 투쟁이 극렬했다. 인사, 예산, 정책 등 모든 권력이 정부·여당에 집중되고, 검찰·국정원·국세청·감사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들은 모두 대통령의 수족이었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정치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역대 모든 대통령과 여당은 그 `부패의 결과물`을 안고 감옥에 가거나 친인척을 감옥에 보내야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집권당과 대통령의 불행만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국가적 불행`이 따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다급한 국정과제들이 전혀 풀려나가지 않았다. 국회 자체가 전쟁판이니 여당이 내놓은 정책은 야당이 반대하고, 야당이 내놓은 것은 여당이 무시하고, 정치판은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터”로 일관했다. 문을 부수는 쇠망치, 공중부양, 최루가스 분사, 단상 점거 몸싸움 등은 국제적 망신을 사기에 충분했고, 국가발전은 거기서 중단됐다. 폭력은 문제다 해서 고안된 것이 `국회선진화법`인데 그 때문에 `전쟁터`는 면했지만 정부 여당이 제 구실을 못 하게 됐다. 야당이 발목 잡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이 통사정을 아무리 해도 효과는 없었다. 정부·여당이 실패해야 야당이 집권할 틈이 생기니 “국가보다 정권이 먼저”란 말도 나왔다.
마침내 `분권형 개헌`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4년 중임제 등이 거론되는데 무엇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다만 분권형 개헌의 시기가 문제다. 대선 전이냐 후이냐를 두고 논의가 되고 있는데 대선 후에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선자는 결코 권력을 나누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영부영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결국 `없었던 일`이 되기 쉽다. 그러므로 미리 개헌을 마무리짓고 나서 그 헌법 하에서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마땅하다. 권력이 분산되면 사생결단하는 선거전도 많이 완화될 것이고 `더러운 선거전`도 다소 맑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