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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 보수진영 새 모멘텀 빨리 찾아야

등록일 2017-02-02 02:01 게재일 2017-02-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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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 조기실시가 예측되는 선거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평생을 직업외교관으로 살아온 그가 결국은 험난한 정치세계의 풍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 기대온 보수진영이 얼마나 빨리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낼 것인가가 주목된다. 가뜩이나 열세에 몰린 보수정당들이 과연 수세국면을 회복해 균형을 맞추어낼 것인가가 큰 관심거리다.

반기문 전 총장은 1일 오후 3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했던 순수한 뜻을 접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귀국 이후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정치교체`를 선언한 지 딱 20일 만이다. 귀국 직후 행보를 놓고 각종 구설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추락한 지지율 반등이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귀국과 함께 23만 달러 수수설과 신천지 연루설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20%대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했다. 지난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의 명예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불출마 카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정치 가시밭길을 정면 돌파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명예라도 지키겠다는 결심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전날 제시한 `개헌협의체` 제안에 대해 `냉담` 일색인 정치권의 반응도 치명타를 가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찔렀고,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개헌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잘랐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시큰둥했고,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마저 “명분은 좋지만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반 전 총장이 출마포기 선언에서 밝힌 “순수한 애국심은 인격살해,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됐다”는 토로나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했다”는 부분은 숙제를 남긴다. 그가 추구하고자 한 `정치교체`의 명분이 정치발전에 유효하다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가뜩이나 쪼그라든 보수진영이 과연 기사회생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대통령선거가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유권자들이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선거에 임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다시 부실하거나 위험한 지도자를 뽑을 개연성이 한층 높아졌다. 무참히 깨어지고 부서지는 대망(待望) 앞에서 민초들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엄동설한 한복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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