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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등록일 2017-02-03 02:01 게재일 2017-02-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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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선 주자가 중도 하차했다. `설 민심`이 그를 받쳐주지 않고 지지율이 더 떨어지니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본 것이다.

바둑 격언에 “희망 없는 말에 미련을 두지 말라” 했으니 미련스럽게 정치판 이전투구에 몸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뜻이다. 애당초 선비풍인 그는 늑대소굴 같은 정치판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였다. 10년간이나 외국에서 살았고 세계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을 지냈지만 국내 사정에 어두워 잔 실수가 잦았으며 `과감한 50대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는 세계조류에서 그의 나이도 문제였다. 그리고 `정치 교체` 공약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웠다.

그의 중도하차를 예언한 대선 주자들이 있었다. 양보를 많이 해서 `죽 쑤어 개 잘 주는 사람`이란 별명이 붙은 안철수 대선주자는 “중간에서 그만둘 사람”이라 했고, 이재명 주자는 구체적으로 “설 지나면 집에 갈 것”이라 했었다.

반 전 유엔사무총장은 귀국 후 20일 간 `선거판의 쓴맛`을 골고루 맛보았다.

불출마 선언에서 그는 “정치교체, 국가통합이라는 순수한 뜻을 접기로 했다. 나라 밖에서 봤을 때,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었고 국론은 분열됐으며 협치와 분권 개헌이 절실한 상황인데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너무 실망했다”하고 “일부 대선 주자는 유아독존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확실히 그는 `맷집`이 약했다. 정치판 경륜이 일천한 그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하려면 맷집부터 키워야 한다”는 말은 한국적 정치현실에서는 정설이다.

전부터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오만한 태도에 당당히 맞서는 자세 하며 반듯한 용모에 어울리는 빈틈 없는 국정 운영 하며 `야당의 기죽이기`에 전혀 풀죽지 않고 소신껏 할 일을 해나가는 결기 등이 국민의 눈에는 긍정적으로 비친 것이다. 보수 여당에서는 꾸준히 그의 뜻을 탐색해왔고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노골적으로 `영입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금 보수·여권으로서는 마땅한 대선후보자가 없기도 하다. 여당에 몸 담고 있기는 하나 속은 야권에 기울어진 후보자는 있어도 완전한 보수 여권은 황 권한대행뿐이다.

그에게는 `병력 약점`도 있고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대행`을 부총리에 넘기는 `대행의 대행체제`가 되니 야권에서는 “국정을 방기했다” 반격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권에서는 `반 카드`가 사라진 지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도 득과 실 모두 있다. 그 역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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