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새 당명 결정과 관련해 “여론조사의 영향이 컸다. 당 이름에 `보수`를 넣는 것이 좋냐,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는데 우리가 보수정당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니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해 `한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또 “보수의 가치가 자유, 책임, 공동체 의식인 만큼 `자유`라는 가치도 잘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보수정당의 당명 역사는 1951년 창당한 자유당으로 시작돼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주공화당으로 이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은 1981년 민주정의당을 창당했다. 이후 노태우정부가 1990년 3당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을 만들었고, 1995년 창당된 신한국당으로 이어졌다가 1997년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으로 변경됐다. 이후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아래에서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보수정당의 당명이 당의 주도권자에 따라서 좌지우지 돼왔다는 역사는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실권자가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뀌었다. 차라리 노태우당, 김영삼당, 이회창당, 이명박당, 박근혜당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비아냥조차 있다.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었던 만큼, 이번 당명 변경은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과의 결별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는 여전히 탄핵 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두둔하면서 태극기 집회에까지 참석하는 세력이 공존한다.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새누리당의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새누리당은 당명변경 직후인 14일부터 버스를 타고 주요지역을 도는 `반성 전국투어`를 기획한 모양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벼랑 끝에 몰린 새누리당이 해온 반성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여전히 인색하다. 제대로 된 `반성문`도 `인적청산`도 전혀 기억에 걸려있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간판 교체는 얄팍한 국면전환용 분식(粉飾)이나 위기 탈출을 위한 신장개업(新裝開業)으로 비칠 여지가 농후하다. 진정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는 의지 표명과 실천으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한 민심을 회복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거듭남`에 관한 한 국민들은 아직 그 싹수조차 보지 못했다. `문패 바꿔달기` 만으로는 어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