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서둘러 탄핵소추를 한 것은 졸속이다” “헌재 소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됐다면 9명 전원 재판부를 구성한 후 재판을 재개하는 것이 공정하다” “수사를 먼저 한 후 기소하는 것이 원칙인데 국회가 본말을 전도했다” 했고, 헌재는 “탄핵 절차는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징계절차로 특검 수사나 형사재판과는 별개”라면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도 그러했다고 반론했다.
또 법조 원로들은 “세월호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는 것은 너무 나갔다”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정치권이 압박하는데 아무래도 대한민국 전체가 이성을 잃은 것 같다. 그것은 사법권 침해다” “탄핵심판 기록이 어른 키만큼 쌓여 있다고 하던데 3월 13일 이전 선고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너무 서둘면 오판하기 쉽고 졸속 재판이 될 수 있다” 했다. 이에 헌재는 “선고 시기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했다. 당연한 자세다. 법치가 정치에 휘둘리면 쿠데타나 혁명에 맡겨지는 나라가 된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의연한 자세가 돋보인다. “탄핵심판은 국정 중단을 초래하고 있는 위중한 사건인데 재판 진행 및 선고 시기에 관해 법정 밖에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억측이 나오는 점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양측 모두 언행을 삼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럴 때일수록 헌재는 중심을 굳건히 잡아야 한다. `말썽의 소지`를 조금이라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나라가 이보다 더 `엄중한 국론분열`을 만난 적이 없고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을 헌재가 지금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은 조선시대 당쟁(黨爭)과 같지 않은가 싶다. 당파싸움에서 패한 측의 참상은 실로 혹독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약을 받고 귀양을 갔다. 여인들은 정적의 집 가노(家奴)가 되거나 관비(官婢)가 됐다. 정치보복이 없는 현대 법치국가가 됐지만 이념대결의 양상까지 보여지는 상황에서는 자칫 정변(政變)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야당은 정권을 거의 다잡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팽팽한 세대결을 보이면서 `정치기상도`는 예측불가능으로 움직이고 있다.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그 결정에 승복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흔쾌히 수긍하는 분위기는 그리 잘 보이지 않는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 밖에 없다”는 소리가 정치권에서 예사로 나오는 이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법치를 위협하는 정치권의 일탈을 막을 길은 국민이 확고한 중심을 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