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동반 부진으로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조선 부문에선 대기업에 이어 협력업체까지 연쇄 감원의 고통을 겪는 중이다. 자영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제난에다 세계철강업계의 불황까지 겹치면서 포항철강공단 업체의 생산현장 직원 취업은 문자 그대로 `바늘구멍`이다.
포항철강공단 1단지 내 H사의 경우 최근 포항공장에서 근무할 생산현장 직원 41명을 채용했는데 몰려 온 응시접수자만 무려 5천600여 명에 달해 1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류접수와 시험 등을 통해 5천100여 명을 추려내고 400여 명을 1차로 선발했다. 이 가운데 면접 등을 통해 2차로 359명을 탈락시켰다. 면접 경쟁률만 10대 1이 넘는다.
공단 내 또 다른 회사인 J사의 경우 최근 현장직 3명을 모집하는데 346명이 응시해 1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류심사로 290여 명을 1차로 추려낸 뒤 30명을 선발했다. 최종 면접에서 27명을 탈락시키고 최종 3명만 뽑았다. 이 회사는 회사규정과 제도를 변경해 `대졸`까지 응시요건을 넓혔다. 응시접수자의 80~90%가 대졸 출신이었다.
10대 그룹 중 올 들어 채용계획을 확정한 그룹은 SK·GS·한화 3곳뿐이다. 지난해 1만4천명을 뽑은 삼성 등 주력 대기업들은 손을 놓고 있다. 채용 스케줄을 정한 상장사는 45%에 그친다. 바늘구멍 취업은 고사하고 원서 낼 곳도 찾기 힘든 상황이 닥치고 있다. 졸업 시즌을 맞은 대졸자의 불안과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9급 공무원 시험에는 사상 최다인 22만8천여 명이 몰려 46.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직장에서 밀려난 중·장년들의 호구지책인 자영업 쪽에는 지난해 1월보다 17만명이 더 유입됐으나 생존율은 미미하다. 비관적인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설상가상 악화시키는 것은 `정치(政治) 리스크`다. 대기업들이 특검 수사에 장기간 발이 묶이면서 투자도 고용도 뒷전이다.
국회가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산업 규제를 푸는 법안부터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정농단 사태로 무력화된 노동개혁 논의도 재개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는 탄핵보다, 대선보다 절박하다. 기업을 범죄 집단시하고 반(反)기업법안 공세를 벌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역행하는 짓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나. 정치권이 나서서 길을 뚫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