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침체로 판매량 급감 `천덕꾸러기` 신세<BR>건축용 내외장재 가공·고부가 제품 변신 시도
조선업의 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후판이 이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나?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빅3사는 남아도는 후판의 판로확대를 위해 수요가 중심의 주문형 맞춤생산에 나섰다. 종전 방식으로는 더이상 후판을 판매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주로 선박과 해양설비 등 쓰임새가 한정적이던 후판을 앞으로는 건축용 내외장재로 가공하거나 독자기술을 더해 자동차용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후판 3사 중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동국제강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후판 매출은 4천906억원으로, 2년 전(9천512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후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2014년 3분기 18.6%에서 지난해 3분기 11.8%로 6.8%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러다보니 빅3사는 저마다 판로확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포스코는 대형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BH빔(Built-up H빔) 사업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BH빔은 후판을 크기에 맞게 잘라 용접, 제작하는 H 모양의 철강재로, 일반 대형 RH빔(Rolled H-beam) 대비 5%가량 강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2015년 부산 변압기공장 신축공사에 1천t, 지난해 7월 일본 시미즈건설에 BH빔 1천t을 공급했다.
현대제철은 기존 후판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모색했다. 지난달에는 기존 후판에 비해 강도가 높은 EH7 후판으로 한국선급인증을 취득했다. 최대 두께가 100㎜에 이르며 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사용된다. 현대제철은 올 상반기까지 노르웨이-독일(DNVGL)·미국(ABS)·영국(LR)·프랑스(BV) 등 8개 해외 선급협회로부터 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22일 브라질CSP 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 입고를 계기로 후판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조선용 후판 판매 비중을 줄이고, 건설 등 비조선용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에서는 CJ건설 등에 BH빔 제품을 공급 중이며, 제품 사이즈를 키우고 내진 인증을 취득하는 등 건설용 철강재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후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판의 경우 발주처가 원하는 크기나 용도가 모두 제각각”이라면서 “앞으로 수요가의 입맛에 맞춘 주문형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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