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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일가족 집단자살… `빈곤자살` 경고음 울렸다

등록일 2017-04-07 02:01 게재일 2017-04-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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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서 빚에 쫓긴 일가족 5명이 집단자살을 기도해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은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숨진 4명 중에 형제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할머니(68)와 중학생 손녀까지 무고하게 함께 희생됐다는 소식은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가처분소득/가계부채)이 20%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난 시점에 생활고로 인한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야 할 때다.

지난 3일 오전 10시 30분께 안동시 임동면 한 주택에서 할머니와 아들 2명·딸 1명·손녀 1명 등 일가족 5명이 동반자살을 기도해 4명이 숨지고 둘째아들(42)이 의식불명으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거실에서는 큰아들(47)이 남긴 `동생들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냥 같이 가는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내용이 담긴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와 휴대전화 4대가 발견됐으며 가스레인지에는 타다 남은 연탄 2장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둘째아들이 사업에 실패하자 2014년 8월께 도시를 떠나 문경에 터를 잡았다가 1년 만에 안동으로 옮겨왔다. 정착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들은 마을 주민들과의 왕래가 전혀 없었다. 이웃들에 따르면 집에 인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았고, 마을 행사에도 나온 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와 손녀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삼남매의 결정을 알지 못한 채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봉변을 당한 것으로 추리되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보태고 있다. 숨진 큰아들이 장갑을 끼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어머니와 손녀가 잠든 틈을 타 방 안에 연탄불을 피웠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2위인 일본의 18.7명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급증이 문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169.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9.2%보다 훨씬 높았다.

`사회안전망`은 모든 국민을 실업·빈곤·재해·노령·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급증현상을 `시한폭탄`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차하면 `빈곤자살`이 속발할 가능성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할머니와 손녀까지 애꿎은 희생을 당한 안동 일가족 집단자살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의 그물코를 촘촘히 따지고 보강할 때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자살` 중에는 무관심이 빚어낸 참극인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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