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진앙지는 노무현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송민순 전 장관의 `빙하는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회고록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발간된 이 책에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먼저 북한에 의사를 물어본 뒤 기권을 결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 주재 수뇌부 회의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하자고 주장했고 문재인 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이 동조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줄곧 의혹을 부인해 왔다. 또 최근 TV토론에서도 “국정원이 북한에 직접 물어본 게 아니라 국정원의 해외정보망 등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그게 북한에 물어본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문 후보는 “여러 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태도를 가늠해본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송 전 장관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당시 정부가 유엔 결의안 표결에 기권하기에 앞서 북한 입장을 파악해 정리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남측이 반(反) 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비열한 색깔론, 북풍공작”이라며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도 자료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언제든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한 `진실게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안보관`에 대해서 이런저런 구설을 들어온 문 후보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석명돼야 한다. 정치권 모두가 진실규명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음모적 색깔론`이라는 상투적 역공만 가지고는 안 된다. 국정원 자료를 열람하든지, 국회 진상조사위를 구성해서 가동하든지 즉각 진실을 규명해야 마땅하다. 일단 대선을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툭 치고 넘어가기에는 국민적 우려가 너무나 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