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문제가 대선이 코 앞인 상황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꺼내는 바람에 시작된 이 논란은 한국정치에 깊숙하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다른 노림수가 있다면 모를까 트럼프의 이 언급은 얼토당토 않는 해괴한 발언이다. 우리 스스로 논란을 키워가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사드)은 미사일을 하늘에서 바로 격추하는 경이로운 무기”라며 10억달러(약 1조1천300억원)라는 금액까지 제시했다. `부지는 한국이 제공하고 장비 및 운영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던 우리에게 트럼프의 발언은 생뚱맞기 그지없는 뒤통수치기였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9일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 보좌관과 통화를 한 직후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0일 맥매스터 보좌관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합의는 재협상을 하기 전까지 유효하다”고 설명해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문제는 우리 정치권의 반응이다. 대선캠프들은 대체적으로 사드배치 비용 부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감대를 표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때 만났다는 듯이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후보는 “사드배치 문제는 차기정부에서 국회의 인준을 거쳐 처리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고, 심 후보는 아예 “방 빼라고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의 `사드비용` 얘기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미국은 핵심 전략자산을 외국에 팔아넘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구입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직접 록히드마틴사에서 사오면 된다. 굳이 미군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들여 자기들이 사용하는 제품 값을 지불할 이유란 전혀 없다.
트럼프의 `사드비용` 주장을 놓고 전문가들은 사업가적 기질에서 나온 고도의 전술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협상의 기술`이란 책을 썼을 정도로 거래에 능한 트럼프는 협박과 회유를 적절히 써가면서 최대의 이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운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하는 듯한 발언들을 곧이곧대로 믿고 시시때때 반응하는 것은 그의 꾐수에 말려드는 것일 확률이 높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말이 아닌 말은 귀에 담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