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운동은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로 시작됐다.
이 구호는 대통령 탄핵으로 형성된 비판적 민심을 자극하면서 상당부분 지지율을 높이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세탁기` 발언도 마찬가지다. 강직한 검사 이미지를 갖고 있는 홍 후보의 발언 역시 많은 불합리를 안고 있는 국가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민심을 다소 흔들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 중반 이후 `적폐청산` 구호를 자제하고 대신 `대통합` 약속을 거듭 앞세웠다. 그러던 그가 압도적인 지지율에 취한 것인지 “최순실을 비롯해 국가권력을 이용한 부정축재 재산 모두 국가가 환수하겠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비리,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 있으면 환수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구성` 공약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해찬 의원은 공주 유세에서 “이번에 우리가 집권하면 몇 번을 집권해야 하나.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말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문 후보는 그 며칠 전 “편 가르기 정치,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국민대통합정부 구성을 강조했었다. 그랬던 그와 캠프가 선거 종반에 또다시 `적폐청산`으로 회귀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홍준표 후보의 `세탁기`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는 TV토론에서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확 돌리겠다, 1년만 돌리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세탁기에 옷을 넣는 퍼포먼스까지 벌이며 선거유세를 펼쳤다. `한국판 킬링필드` 비유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문재인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는 역사 속에 존재하는 `보복정치`의 비극들을 연상케 한다. 홍준표의 `세탁기` 역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들이 실질적으로는 투철한 `분열정치`, `복수정치`를 계획하고 있으면서도 오직 표를 불릴 심산으로 입에 발린 `국민통합` 운운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심이다. 누군가 이중성을 지닌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힐 수도 있게 된 현실이 민심을 오싹하게 한다. 후보들의 정체를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할 이유가 넘쳐나는 대선 앞에서 유권자들은 한없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