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마시는 공기 질 격차 크다

연합뉴스
등록일 2017-05-10 02:01 게재일 2017-05-10 11면
스크랩버튼
수십원짜리 마스크로 버티는 서민들<BR>백화점선 18만원짜리 마스크 팔기도
▲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관련 용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9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미세먼지 관련 마스크 등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짙은 미세먼지는 한국인의 기관지와 폐 뿐 아니라 가계 살림살이까지 옥죄고 있다. 미세먼지 노출을 최대한 줄이려면 최소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대의 공기청정기가 필요하지만, 경제 여력이 크지 않은 서민들은 오늘도 여전히 수십~수천원짜리 마스크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수개월, 수년간 누적되면 결국 빈부에 따른 `호흡기 건강 격차`가 현실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십~수백원짜리 마스크 `불티`

9일 현재 포털사이트 등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검색하면, 수십 원 부터 수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마스크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검증된 `KF80`, `KF94` 등 인증 제품의 경우 최소2천 원 안팎은 줘야 살 수 있다. 가족 전체가 아닌 개인으로만 따져도, 하루 한 개씩 사용한다면 한 달 6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수 천 원짜리 마스크가 일회용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상당수 소비자가 아까운 마음에 이틀, 사흘 정도 더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경제적 부담 탓에 제대로 미세먼지를 거를 수 없는 일반 마스크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비(非) 인증` 마스크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다. 인증마스크 증가율(660%)과 비교하면 훨씬 낮지만, 싼값에 끌려 미세먼지를 막지 못하는 마스크를 사서 쓰는 사람들도 꽤 늘었다는얘기다.

심지어 일반 마스크 중에서는 1개 가격이 20원에 불과한 제품도 있다.

티몬 관계자는 “인증 없는 일반 마스크 가운데 약 15% 정도가 중국산”이라며 “미세먼지에 대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수요는 꾸준히 있다”고 전했다.

서민들은 고가의 공기청정기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기 정화` 식물을 들여놓기도 한다. 실제로 티몬에서는 지난달 공기 정화 식물 매출이 1년 전보다 13%불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통해 `차량용 필터를 창문에 붙여 미세먼지를 막는 법` 등의 저렴한 자구책이 공유되는 현실도 같은 맥락이다.

◇18만원짜리 마스크도 잘 팔려

전문가들은 보다 `확실한`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기청정기` 사용을 권하지만, 서민 입장에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요즈음 독특한 디자인 등으로 인기를 끄는 `LG전자 퓨리케어(AS281DAW)`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온라인에서 96만~190만 원 수준이고, 티몬에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린 공기청정기 `삼성 블루스카이 5000(AX60K5580WFD)`의 가격대도 40만 원대 후반이다.

물론 20만~30만 원대 보급형 저가 공기청정기도 있지만, 고가 제품들과 어느 정도 정화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달 2만~5만 원 정도의 렌털료(임대료)를 내고 공기청정기를 빌려 쓰는 방법도 있지만, 하루 이틀 사용할 제품이 아닌 만큼 수년 동안 임대하면 이 비용 역시 수백만 원에 이른다.

더구나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 가정에서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럴 경우 `맑은 공기`를 위한 지출 규모는 두 세배로 뛴다.

마스크 하나의 가격이 거의 저가형 공기청정기와 맞먹는 제품도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이 지난 3월 선보인 영국산 마스크 `프레카 플로우`의 가격(교체형 필터 2개 포함)은 무려 18만6천 원에 이른다. 가격은 거의 20만 원 수준이지만, 최근 미세먼지 경보가 잦아지면서 하루 10개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게 갤러리아측의 설명이다. 미국산 `보그 마스크`의 가격도 일반 미세먼지 차단 일회용 마스크의 10배가 넘는 2만9천500원이다. 일회용 마스크와 달리 하루 2시간씩, 최대 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세척을 통해 재사용까지 가능하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최근 하루 평균 300만 원어치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진행한 다이슨·블루에어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공기청정기 할인 행사도 큰 호응을 얻었다.. 다이슨, 블루에어 480i 등의 주요 제품 가격대가 70만~80만원대에 이르렀지만, 수요가 몰린 덕에 공기청정기를 포함한 4월 롯데백화점 가전 부문 매출이 작년 같은달에 비해 29.4%나 급증했다.

무려 620만 원대 가격의 독일 `나노드론` 공기청정기의 주문량도 30% 이상 늘었고, 260만 원짜리인 아이큐에어의 `헬스 프로 250` 모델은 백화점 모든 매장에서 동나 주문하면 평균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다.

/연합뉴스

경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