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예산` 혹은 `깜깜이 예산`이라 불려온 특수활동비는 국정원과 국방부 등 안보와 관련된 기관에 가장 많이 배정되었고, 그 다음으로는 경찰청·법무부·청와대 등 흔히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기관에 배정돼 왔다. 지난해 정부기관에 편성된 특수활동비는 총 8천870억원에 이른다. 국회가 매년 80억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쓰면서 지출증빙도 없이 서로 사이좋게 나눠가지는 혈세낭비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특수활동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원 중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에 보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청와대의 솔선수범은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쳐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과 가족의 식비·생필품·의복비 등을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상식화돼 있다.
그 동안 납세자연맹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집행의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특수활동비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이라며 정보기관을 제외한 모든 특수활동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기업은 영수증 없이 돈을 지출하면 횡령죄로 처벌받는데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을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납세자연맹은 또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도 규모를 축소하고 국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하고, 오용을 철저히 조사해 사적으로 이용한 특수활동비는 환수하고 세금횡령죄로 처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를 과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은 옳다. 엄연히 국민세금으로 지출되는 예산인 만큼 사적인 용도로 쓰이지 않도록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되는 것이 맞다.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기관들이 스스로 예산을 삭감하고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려는 흐름이 일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당초 특수활동비라는 이름의 예산배정 정신을 함께 생각해보아야 한다. 업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 꼭 써야 할 예산마저 `검은 돈` 취급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대한 줄여서 쓰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혁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세는 결코 공무원의 주머닛돈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