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일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및 탈세 의혹 등과 관련,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인사 탕평을 요구하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자 당선 첫날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기준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29일 브리핑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인준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정의당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총리인준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대부분의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총리인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역시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후보자의 인준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조영희 대변인은 의총 뒤 “당론을 강제하는 건 아니나 반대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의석수 120명인 민주당과 40석인 국민의당, 6석인 정의당이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응함에 따라 임명동의안은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중 과반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문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 점은 나름 평가할만 하지만 형식과 내용 모두 상식에서 벗어나고 기대 이하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해를 구하기에 앞서 먼저 유감 표명과 사과를 하는 게 순리고 도리라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는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반쪽 인준`, `반쪽 총리`가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줄줄이 이어질 장관 등 인사청문회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불가사유의 모순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이 문제를 계속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청와대와 여야가 마주 앉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되, 더 이상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밑돌을 비뚜름하기 놓고 그냥 돌을 쌓아 가면 그 공사는 반드시 위태로운 부실공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