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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검증` 안 하는 인사청문회 개혁해야

등록일 2017-06-09 02:01 게재일 2017-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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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적마다 일어나는 장면들은 번번이 기시감으로 다가온다. 문자 그대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의식이 춤을 추면서 똑같은 무늬가 반복되는 데칼코마니처럼 지루하고 짜증이 난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공수(攻守)의 위치만 정확하게 바뀌었을 뿐이었다. 19대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된 후 벌어지는 인사청문회는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를 향해 무지막지 말 폭탄을 퍼붓던 더불어민주당 청문위원들은 후보자 두둔에 몰두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반면 여당에서 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청문위원들은 후보자들의 약점을 물어뜯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너무나 뻔한 패턴이고, 단조로운 역전극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질리게 하는 것은 청문회 내내 청문위원과 공직후보자 간에 오가는 문답의 주제가 위장전입이니, 부동산 투기니, 세금탈루니, 논문표절이니 하며 지난 삶의 찌꺼기들을 놓고 벌이는 입씨름 뿐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도덕성 검증은 중요하다. 도덕성이야말로 고위 공직자의 핵심 덕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밑도 끝도 없는 티 뜯기와 감싸기로 일관하는 청문행태다.

박근혜 정부 시절 7명이나 낙마시켰던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던진 한 마디는 오늘날 국회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유치한 희극인지를 상징한다. 홍 의원은 “여당의원님들은 옛날에 전부 호랑이 같으시더니 지금 전부 고양이가 되셨다. 치어리더 역할을 하시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야당 의원들은 폭소하고 여당의원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지만 씁쓸하기 그지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고위공직 후보자를 불러다 놓고 쓰레기통 검사만 하고 `능력검증`이라고는 도무지 안 하는 인사청문회는 개혁돼야 한다. 국민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김이수 후보자가 헌재소장을 맡을만한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내외적으로 처한 엄중한 국가적 난제들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감을 잡아내지 못했다. `능력검증`만 하는 시간을 따로 잡더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백악관은 물론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이 총동원돼 233개 항목에 대해 2주간 먼저 후보자를 검증한 다음 청문요청을 하는 제도를 가진 미국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스포츠 선수를 뽑으면서 신체검사만 잠깐 하고 마는 방식의 인사청문회는 이제 확 바뀌어야 한다. 그나마, 이 나라에서 이토록 기본을 제대로 지키며 살아온 인재 하나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현실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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