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바라건대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면서 “북한 응원단도 참가하여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얘기와 북한 마식령 스키장 활용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교류는 전통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촉매제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행동을 멈추지 않고, 오토 웜비어 사망 후 미국에서 대북 응징론이 일고 있는 등 국제적으로는 `제재 강화` 흐름이 이어지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낭만적인 통일론에 경도돼 북한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 기대론` 등 유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온당한 지에 대해 한번 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생각보다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치고 있지만 (안전 보장을) 간절히 바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과대 포장`이라고 보고, `정권과 체제 안전 보장` 등 적당한 당근을 제공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란 인식이 유추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앞길에 `환경영향평가`라는 장애물을 설치해 원천적으로 막아놓은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행동을 비상대책을 세워야 할 `위기`로 보지 않고 있는 이유도 노정된 셈이다. 며칠 뒤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깊어진 한·미 간 엇박자에 대한 속 시원한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인지조차 염려스럽다.
문재인 정권의 어정쩡한 줄타기 외교가 중국 측에 `사드 철수도 가능하다`는 오판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난제다. 새 정부의 대북 과속(過速) 기류가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다루는 일, 통일로 가는 길은 결코 한쪽으로 치우친 `외눈박이` 정책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동맹국과의 균열을 키우고 북한과 중국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