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땐<BR>제품가격도 잇따라 상승<BR>국제경쟁력 상당한 타격<BR>업체따라 존폐 기로까지<BR>정부 재검토해야 목소리
◇산업용 전기료 인상→철강가격 인상 도미노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석탄화력 발전을 배제한 친환경 에너지정책만이 능사인가?
탈 원전, 탈 석탄 정책은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전자 등 주요 산업분야의 경쟁력 위축은 물론 경영에도 당장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의 특성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철강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불황을 겪고 있는 세계 철강시장에 가격을 내려도 시원찮은 판에 가격을 올릴 경우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8년 연속 세계 최고의 경쟁력 1위에 오른 포스코의 저력도 앞으론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ㆍ중국 경쟁사들은 쾌재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정책에 대해 외국의 철강 경쟁사인 일본 NSSMC, JFE와 중국의 Bao-Steel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이 인상되면 일본의 산업 경쟁력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원전과 석탄발전 덕분에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전기 요금을 낮게 유지했고, 이것이 외국 기업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비결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비싼 전기 요금 때문에 한국보다 원가부담이 높아 고전했는데 한국이 산업용 전기 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일본 철강업체로선 그만큼 경쟁력을 회복하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우리의 산업용 전기 요금이 일본보다 훨씬 낮게 유지된 것은 발전 단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 생산의 7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탈 원전, 탈 석탄을 골자로 하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실행될 경우 발전 비용은 최소 21%(11조 6천억원)나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망치도 단순히 연료별 정산단가에 근거한 최소치여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과연 해법인가
정부는 탈 원전과 탈 석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유력한 대안인 가스발전소는 높은 연료비와 입지가 걸림돌이다. 가스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은 200MW 정도로 원전 1기의 15~20%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짓고 있는 원전은 1천400MW급이다. 또 가스발전의 연료인 LNG는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과 달리 가격이 불안정한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발전 비용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GDP 감소는 불가피하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전력소비 상위 15개 업체 중 현대제철이 1위, 포스코 3위, 동국제강이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기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전기로 제강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물론 전기로 합금철 생산업체인 동일산업과 심팩메탈 등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뜩이나 저가 수입재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철강업체들은 이제 존폐기로에 놓여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법과 제도를 마련해 주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정책만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철강업체들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탈 원전, 탈 석탄 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김명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