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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요도 아닌데…” 고강도 규제 불만 속출

김민정기자
등록일 2017-08-07 21:27 게재일 2017-08-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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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비과세 요건 `2년 거주`<BR>“대책 발표 전 계약자 제외해야”<BR> 실수요자 구제 요구 민원 빗발 <BR> 투기지역·과열지구 광범위해 <BR>“집값 찔끔상승에 대출규제” 울상

8·2 부동산대책 시행으로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의 집값 안정이 기대되는 가운데 여러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유례없는 초강력 대책의 상당수를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하면서 선의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물망식으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을 지정하면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동네 거주자들은 유탄을 맞았다며 볼멘소리다.

□ 비과세 거주요건 “대책 전 계약자 구제를”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서울, 부산 등 청약조정 대상지역 40개 지역에서 3일부터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비과세해주기로 했다.

세법상 취득의 시점은 잔금납부 또는 등기접수일 중 빠른 날을 기준으로 대책 발표 전에 집을 계약한 사람도 3일 이후 잔금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면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책 발표 전 집을 산 사람들 사이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덩달아 청약조정 지역 내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기존 계약자들은 2년 거주 의무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주부 최모(40)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서울 아파트에 거주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양도세 비과세를 받으려고 남편한테 회사를 그만두라고 해야 하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들은 과거 전례를 들어 대책 발표 전 계약을 한 사람들은 구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2008년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지방 아파트에 대해 2년 거주 요건을 추가하면서 기존 분양 계약자들의 불만이 확산되자 예외적으로 취득의 시점을 `계약체결일`로 인정해준 바 있다. 이번 8·2 대책에서도 3일 이전에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출 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이 축소돼 잔금 납부가 어려워지자 금융당국이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 처분자 등 실수요자에 한해 기존 한도를 적용해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금융 전문가들은 “2019년부터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강화되기 때문에 1주택자라도 비과세 요건을 갖추느냐, 못 갖추느냐에 따라 양도세 차이가 많이 난다”며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다주택자들은 엄격하게 하더라도 예고 없이 바뀐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투기지역 내 동별 가격상승 격차 커 `불만`

정부가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11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지역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전역과 과천·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정비사업 분양분 재당첨 제한 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축소되고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 강화,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가 의무화되는 등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된다.

당장 서울 동·북부권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4.63%(4월말대비) 오르는 동안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10.11%, 8.47%의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성북구는 0.91%, 은평구와 강북구는 각각 1.16%, 1.45%, 중랑구는 1.52% 오르는 등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투기지역`의 추가 자물쇠가 채워진 곳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현행 지정요건이 `구` 단위로 이뤄져 있어 동별 아파트값 상승폭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구 단위를 유사 생활권으로 보고 집값 상승률이나 청약경쟁률 등의 지정 요건을 평가한다”며 “동 단위는 특별히 개발계획 등이 잡힌 경우가 아니면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손발 묶인 갈아타기 수요들도 불만

투기지역에서는 주택 갈아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구당 1건으로 대출이 강화되면서 이미 주택을 보유한 가구들은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주택의 중도금이든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집을 팔거나 전세로 돌려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대출받을 방법이 없다.

투기과열지구에서도 1주택자는 LTV·DTI가 30%로 줄어들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할 경우 집값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집을 사기 어렵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책의 요지는 집값 급등 지역 내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고, 주택보유자의 추가 진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갈아타기 수요자는 줄어든 대출을 고려해 자금계획을 세워야 하고 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는 비투기지역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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