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속도와 시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 정재범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Rainbow falls`라는 주제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오브제로 삶의 흔적을 새롭게 조명하는 방식의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우리의 삶과 세계의 움직임을 직관적으로 감지해 은유하고 `놀이`처럼 다루고 있다. 그 에너지의 교감을 위한 장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정원(庭園)`이다. 즉, 우리 삶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마음껏 채집해 기록하고 공작하는 작업 마당으로서 정원인데,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기, 현재의 세계에 관한 움직이는 정원이다. 이 정원은 작가가 일상적인 도시 시공간의 구조인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하면서 속도와 시간을 주목하고, 자연 상태의 폭포를 연상하면서 그 형태와 정서적 상황의 교감으로부터 평안함과 위로를 받았던 작가의 감성에 의한 사건이다.
정재범 작가는“숨가쁘게 달려가는 일상 속에 에스컬레이터의 계단에 발걸음을 싣고 멈춰 서서 기계의 속도에 맞춰 숨을 고르는 짧은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기계가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의 순간일 것이다. 삭막한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대자연의 웅장함과 숭고함이 위로와 치유로 다가오듯, 전시장으로 빌려 온 도시의 한 장면은 인공자연이라는 낯선 언어로 우리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라는 말에서처럼 작가 자신의 정서적 교감은 현대인의 속도와 시간에 닿아있다.
대자연 폭포의 상상, 높은 산, 계곡 어디에선가 굉음을 내며 수직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폭포의 웅장함과 숭고한 움직임, 움직임은 살아있음이고, 생명이며, 순환의 이치를 따른다.
폭포는 계곡을 타고 흘러 작은 강이 되고 다시 큰 강으로 모여 먼 거리를 지나 바다에 다다른다. 바다의 수평은 비교적 움직임이 안정된 생명 에너지의 응축 상태이며, 아마도 거대한 수평과 순환의 움직임을 기억하는 폭포의 수직적 에너지는 많은 변화와 가능성들을 함축하는 긴장의 속도와 움직임의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은 작가가 명명한 `무지개 폭포`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은유적 설명이 될 수 있다.
정재범 작가는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과와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으며 이스라엘 베자렐 아카데미 예루살렘 산업디자인 석사를 졸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