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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사과에서 농촌의 살길 찾는다

등록일 2017-08-08 21:51 게재일 2017-08-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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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이전만 해도 대구가 사과의 본고장이다. 1890년대 미국인 선교사가 묘목을 가져와 사과나무를 심으면서 대구전역으로 확산된 것이 대구의 특산품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대구는 기온이 따뜻하고 강수량이 적고 분지형이어서 사과나무 재배에 적합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과가 지구 온난화로 경북북부지역으로 재배지가 옮겨진다. 청송과 안동에 사과나무가 많아진 이유다. 경북에서 전국 1위를 달리는 5대 과종은 사과(64%), 복숭아(55%), 포도(55%, 자두(86%), 떪은 감(59%) 등인데 그 중 사과가 돈줄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과일이다.

청송사과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사과 중 당도가 가장 높아 `꿀사과`라고 불린다. 청송은 작은 강우에 풍부한 일조량, 깨끗한 자연 등으로 아주 이상적 사과 재배환경을 갖고 있다. 해발 400m에 이르는 지리적 환경과 일교차가 큰 기온은 사과의 당도와 경도, 착색 등에 큰 도움을 준다. 청송군은 1996년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키 낮은 사과대목을 도입, 재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청송군 관계자들이 이탈리아 남티롤로 견학을 갔다. 그곳에서 방추형 고밀식 사과재배 방식을 배우게 된다. 이후 저농약 재배를 시작했고 `껍질째 먹는 사과`를 개발해 전국적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2008년에는 지식경제부가 청송을 사과특구로 지정했다.

청송의 사과판매 열의도 대단했다. 서울 청계천을 비롯한 거리 마케팅에서 관공서, 호텔, 언론사 등에까지 홍보를 한 것이다. 청송사과가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을 5년 연속 받은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는 농업의 생산력에 심각한 영향력을 미친다. 사과 재배지가 대구에서 경북북부와 강원도쪽으로, 복숭아 재배지가 경북 경산에서 강원도 쪽으로 이동하는 것 등이 그런 현상이다. 이는 지역별로 농업의 특징을 바꾸고 농촌지역의 생존을 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맞춤형 전략은 농촌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청송사과가 대표적 사례다. 청송의 작목별 소득을 살펴보면 사과가 단연 우세하다. 2016년 기준으로 사과가 1천234억 원으로 62.9%를 차지했다. 한우 156억 원(7.9%), 고추와 벼 115억 원(5.9%) 이었다. 사과나무 재배지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과 재배로 연 1억 원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가만 150여 가구에 이른다고 하니 농업도 전략화에 따라 명암이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청송군의 사과농사가 이젠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의 오지 청송군은 2011년 우리나라 9번째 슬로시티 지정을 받았다. 주변 환경이 천연상태로 잘 보존되는 곳에 붙여주는 이름이다. 이런 오지에서 일으킨 사과산업의 눈부신 부흥은 노령화하는 우리 농촌이 배워야 할 새로운 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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