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핵심기술… 글로벌 표준화 선도
포스코 파이넥스(FINEX) 기술은 누가 뭐라해도 세계 최고의 `신(新)제철공법`이다.
포항제철소에는 총 4기의 용광로가 일년내내 불을 내뿜고 있다. 이 용광로 옆에는 1992년부터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파이넥스 1, 2공장이 연중`산업의 쌀`인 쇳물을 뽑아내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소결, 코크스 공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가루철광석과 유연탄을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신제철기술`로 `쇳물은 용광로에서 생산된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확 바꾼 혁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2003년부터 60만t 규모의 파이넥스 1공장을 가동해왔으며 2007년 그 규모를 150만t으로 늘려 2공장을 지었다. 이어 2014년에는 기술과 생산 규모를 업그레이드해 200만t 규모의 3공장을 건설해 기존 용광로 공법에 버금가는 조업 생산성과 안정성, 품질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3공장은 1, 2공장을 운영하며 쌓은 기술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투자비로 약 30% 더 많이 생산이 가능한 혁신공법이 적용됐다. 유동환원로(가루 철광석을 순수한 철성분으로 바꿔주는 설비)를 4개에서 3개로 줄이고, 원재료 투입시설의 높이도 121m에서 77m로 크게 줄었다. 고로의 용광로에 해당하는 용융로 높이 역시 96m에서 90m로 낮춰`슬림 파이넥스`로 불린다.
産·學·硏 공동 핵심공정·조업기술 개발 성공기존 패러다임 확 바꾼 세계최고 新 제철공법
中·인도·베트남·이란 등 해외 수입상담 쇄도
□친환경·고효율로 `1석3조`
무엇보다 파이넥스 공법이 전 세계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제성을 갖춘 상용 설비면서 환경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제철기술이기 때문이다.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 오염물질은 80% 이상이 철광석 가루나 유연탄을 덩어리로 뭉치는 소결과 코크스 공정에서 발생하는데 파이넥스는 이런 예비공정을 생략하고 용융로에서 바로 쇳물을 뽑아내기 때문에 최근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맞춰 쇳물 생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철강생산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중국, 인도, 베트남, 이란 등지로부터 파이넥스 수출에 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로 파이넥스는 고로 방식에 비해 황산화물(SOx)과 질산화물(NOx) 배출량이 40%와 15% 수준에 불과하다. 먼지도 30%가량 적게 발생한다. 포스코는 기술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도 개선했다. 기존 2공장은 물을 뿌려 먼지를 제거하는 습식방식인데, 3공장부터는 고온건식 필터 방식으로 전환해 용수와 오수처리 비용까지 잡았다.
□철광석·유연탄 곧바로 투입
생산원가와 투자비를 대폭 낮춘 것도 파이넥스만의 자랑이다. 파이넥스는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쓸 수 있어 경제적 조업이 가능하다. 지름 8㎜ 이하의 가루형태 철광석은 덩어리 형태 철광석 가격의 80%에 불과하고, 일반 유연탄은 용광로에서 사용하는 코크스용 고급 유연탄보다 20% 저렴하다. 또한 원료가공 설비를 별도로 갖추지 않아도 돼 용광로 투자비용의 80% 정도로 생산설비의 구축이 가능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조업 안정성과 용선(쇳물) 품질 등의 문제점도 15년간 파이넥스 공장을 운영하면서 개선했다는 게 파이넥스 팀의 설명이다.
파이넥스 1공장은 조업과 연구개발, 시험을 병행하면서 장입물 분포 제어와 미분탄 취입, 저품위 원료 테스트 등 20여건의 핵심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180여건의 조업기술을 축적했다.
2014년 1월 가동한 파이넥스 3공장은 하루 5천700t의 쇳물을 뽑아내어 수리·정비기간을 감안해도 연산 200만t을 수준의 생산능력을 입증했다.
□정부도 인정한 신기술 공법
파이넥스 공법은 세간의 의구심과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2015년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 적합`판정을 받았고, 같은 해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에 선정돼 대한민국 대표 기술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포스코는 그동안 집적한 파이넥스 관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224건, 해외 20여개국에서 58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외부인의 견학 통제, 출입문 검색 등 보안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에서도 파이넥스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핵심기술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보안과 동시에 포스코는 파이넥스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이제까지 선진기술을 도입해 체득화시켜왔던 기술 수혜국에서 벗어나 세계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기술 시혜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연간 85만명 고용창출 효과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고유 기술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경영진의 일관된 정책 덕분이다.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한 이래 5천500억원의 R&D 비용이 투자됐다. 파이넥스 추진 인력은 포스코 내에서만 500여명에 달한다. 거기에 산학연구에 참여중인 포스텍이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인력까지 더하면 더 늘어난다. 경영진이 바뀌면 이전 연구 개발이 엎어지기 마련인데, 포스코는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를 보고 파이넥스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했다.
파이넥스가 1992년부터 지금의 최고기술이 이르기까지 중소기업들의 동참도 꾸준히 이어졌다. 파이넥스 3공장 설비의 80%를 국내 37개 주요 중소기업에서 제작했다. 이는 2천810억원 가량의 설비 물량이며, 이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는 연인원 85만명으로 추산된다.
포스코는 100년 이상 철강 조업역사를 지닌 철강 선진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차세대 혁신 철강제조공법을 50년도 안돼 성공시켜 글로벌 기업으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김명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