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 소급 지급하라”<bR>기아車 최대 3조원 부담<bR>전체 노동비용 20~38조↑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노조측이 먼저 웃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기아차 소속 근로자 2만7천여명이 연 700%인 정기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포항, 경주 등 자동차 관련업체는 “이제 올 것이 왔다”면서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자동차 부품산업이 아니더라도 이번 판결로 전 산업체에 미칠 노동비용 증가 규모는 적게는 20조원, 많게는 38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에 대한 통상임금 적용여부다.
기아차 노조가 청구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이 승소함에 따라 기아차는 당장 수당과 이자, 퇴직급 등 간접노동비용까지 최대 3조원(1조원 소급 지급)을 부담하게 됐다.
문제는 이 판결이 기아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포항·경주지역 전 사업장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이번 판결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상주근무 및 2교대 업체들이다. 3교대의 경우 잔업시간이 거의 없어 잔업수당 인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상주 또는 2교대업체들은 대부분 잔업수당 인상이 불가피하다.
즉 현행 제도에 따라 시급 1천원을 주는 회사의 경우 잔업수당은 1.5배수인 1천500원을 적용하지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시켜 시급이 2천원이 되면 잔업수당이 3천원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한해 8조8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퇴직금 등이 올라가는 것은 모든 업체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노무비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주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A모(55) 대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판결 나 앞으로 적자폭이 더욱 늘어나 문닫게 생겼다”면서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에서의 소송전이 잇따르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포항철강공단내 자동차부품업체 B모(46)부장 역시 “이번 판결로 노무비가 급상승해 사실상 경영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며 “판결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노동정책 테이블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개념정립부터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가 최저시급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상여금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반면 통상임금에는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킬 경우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기아자동차 측은 이날 통상임금 소송 1심 재판에서 4천억여 원의 소급 지급 선고를 받자 “신의칙(신의성실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